봄은 향기로 스며든다
봄은 향기로 스며든다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2.02.1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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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발행인
이두남 발행인

 ‘술은 입으로 들고 사랑은 눈으로 든다’ 고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는 ‘술 노래’에서 말하고 있다. 사랑은 눈으로 든다는 말은 진리는 아니지만 틀린 말도 아닌 것 같다. 흔히 우리는 첫눈에 반했다. 둘이 서로 눈이 맞았다. 눈에 콩깍지가 씌었다 등 눈이 들어있는 사랑 표현을 많이 한다.

 그렇다면 봄은 무엇으로 스며드는 것일까? 알 듯하면서 손에 잡히지 않는 묘하고 익숙한 향기로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는 것은 아닐까? 입춘이 지나면서 물과 바람, 햇볕의 냄새도 달라지고 있다. 겨울의 결핍을 서서히 채워가는 입춘의 부드러운 향기가 코끝으로 전해지며 섣부른 홍매는 내기라도 하듯 만용의 몽우리를 터뜨려 사람들의 시선을 한껏 끌어당기고 있다.

 봄꽃 소식을 미리 기다린 듯 오미크론의 예민한 후각은 여지없이 발휘되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인의 축제인 동계올림픽이 펜데믹보다 더 뜨겁게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개막식부터 시작된 한중 정서 갈등은 쇼트트랙 경기를 시작으로 더욱 가속화되었다. 중국의 편파 판정 논란과 쇼트트랙 해설자로 나선 왕멍의 도를 넘는 비신사적인 해설은 올림픽 정신을 훼손시키고 아름다운 지구인의 축제를 혼탁하게 만들었다.

 올림픽을 세계 경제의 패권과 장기집권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낮은 수준과 스포츠 정신에 위배 되는 태도를 보이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선수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자신들의 기량을 마음껏 펼쳐주어 찬사를 보낸다.

 특히 올림픽 경기중 홍매화만큼 도도하게 우리를 매혹 시킨 경기는 단연코 피겨 스케이팅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차준환은 첫 번째 점프 과제인 4회전 점프 쿼드러플 토루프 점프를 시도하다 크게 넘어지고도 본인이 세운 한국 남자 싱글 공인 최고점을 경신했고 자신의 최고 순위를 훌쩍 넘어서는 쾌거를 기록했다. 지나간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앞으로 펼쳐야 할 자신의 무대에 최선을 다한 결과였다.

 상대보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선수들의 모습에 우리는 열광하고 환호하고 감동한다.

 물론 올림픽이 지구인들의 축제, 평화의 제전이라고 불리지만 꼭 그렇게만 기억되는 것은 아니다.

 공교롭게도 2008년 베이징 하계 올림픽 기간에 러시아는 조지아를 침공한 바 있으며, 2022년 현재에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으로 지구촌은 냉전으로 치닫고 있다.

 입춘을 지나며 살갗을 스치는 바람과 기분 좋은 햇살이 얼굴을 감싸는데 이에 못지않은 국내 최대 핫 이슈인 대선 시계도 한 달 남짓 남겨두고 있다.

 수성인가, 탈환인가의 2강 싸움에서 진흙탕 혼전 양상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하고 종합편성채널 4개와 보도전문채널 2개사 등 6개 방송사에서 공동주관으로 열린 대통령 후보 2차 토론 또한 베이징 올림픽 판정 못지않게 눈살을 찌푸리는 대목도 있었다.

 질문자의 발언에 성실한 답변보다는 허위주장, 거짓말이라고 치부하며 일시적 위기를 모면하려는 모습은 진실한 토론의 장을 훼손하였으며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태도로 적지 않은 실망감과 퇴행적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2시간 남짓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토론은 네거티브로 변질되어 유권자들은 국가의 장래를 맡길만한 인물을 선택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남은 시간 동안 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들이 불굴의 의지로 당당히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찬사를 받듯 대통령 후보들도 충분한 역량과 국가의 장래를 위한 비젼과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해주길 바란다.

 겨울의 끝에서 코끝으로 드는 봄바람이 꽃망울을 살포시 건드리며 겨울잠을 깨운다.

 끝나지 않은 겨울이 아직은 우리를 움츠리게도 하지만 조금씩 앞을 향해 봄은 멀지 않았다고 자신을 믿으며 나아가 보자.

 어둠은 아직 깊어도 희망의 빛은 여전히 살아 있다. 그동안 고단하고 힘들었던 마음에 우리 모두 봄 길이 되어 함께 걸어갈 수 있길 바라본다.

 봄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다 보면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어 갈 새로운 정부가 탄생하고 코로나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복원력이 강한 자연의 힘으로 우리는 오롯이 봄의 향기에 취할 날을 맞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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