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잔한 봄에 질문을 던진다 / 김정자]
언 땅을 녹인 하늘이 흐릿하게 눈을 뜨고
올망졸망 부족함도 과함도 없는, 아주 순조롭게
흘러가는 나날
어깨를 으쓱 올린다
다듬지 못한 한의 씨앗
벼랑 끝에 걸려 내려가지 못한 침묵으로
퍼올린 숨찬 소리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환상곡"은
가슴을 웅성거리게 하고
깊은 광기를 은닉한 선율이 나를 채운다
선이 아름답고 우미한 감각이
오롯이 나를 더 빠지게 하며
생의 꽃을 피우는 일은 사계가
수행으로 어울린 드넓은 광장으로
그 하루하루를 언어로 다듬어
봄의 곡조로 들려준 것일까
저작권자 © 울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