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겨울의 지혜로운 깨달음이다
봄은 겨울의 지혜로운 깨달음이다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2.03.23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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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발행인
이두남 발행인

미처 마스크를 준비 못한 꽃들은 어리둥절했을까? 내 얼굴을 찬찬히 훑어보면서 겨울 앞에 겸손한 가지만이 얼굴을 내밀 수 있었다고, 질곡의 세월을 견뎌내야 비로소 꽃이 되었다고 외치는 듯하다. 하여 봄은 겨울의 지혜로운 깨달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혼돈의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K방역은 코로나19 위협국가로 바뀌어 확진자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선기간을 거치면서 국민은 둘로 나누어졌고 열흘 동안 꺼지지 않았던 대형 산불은 강풍의 속도만큼 나라의 허파를 온통 불태우고 울창한 숲을 잿더미로 만들었다. 또한 우크라이나 국민은 포악한 푸틴의 포위망 속에서 온몸으로 포탄을 받아내고 있으며 힘이 없는 국민은 구조의 손길마저 외면 받게 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살고 있다. 또한 북한은 호시탐탐 위협의 기회를 엿보고 있어 한 해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암초에 부딪히며 거친 항해를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봄 꽃 향기마저 탄내가 난다.

 이런 막중한 시기에도 늘 그렇듯 정치권은 자리만 있고 그 권력의 자리를 독식하기 위해 예의도 염치도 없는 것 같다. 지금도 자리만 바꾼 채 그들의 말과 행동은 도돌이표로 재생중이다. 예(禮)란, 상대방을 존중하여 공손하게 대하는 것을 말하고 의(義)는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여 바르게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염(廉)은 청렴함을, 치(恥)는 부끄러움을 말한다.

‘염치가 없다’라는 말은 청렴하지도 않으면서 부끄러움도 모른다는 말이다. 선인들은 예의와 염치가 없는 사람들이 통치하는 나라는 시끄럽고 혼란스럽다고 했다.

누구에게나 부족함과 흠은 있기 마련이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자서는 살수 없으며 사람 사이에 있을 때 온기를 느끼고 사랑도 이루어진다.

 남과 소통을 잘하려면 대화도 중요하지만 경청을 잘 해야 된다. 또한 표현도 거칠지 않고 유연해야 하며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마음을 읽는 능력과 국민을 향해 귀를 열어두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일 때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역대 어느 정부도 빼놓지 않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있다. 협치와 통합 그리고 국민과의 소통이다.

 그러나 말과는 달리 통합의 길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인내를 필요로 하는 쉽지 않은 길이어서 소통이나 통합을 외면하고 스스로 단절과 분열을 택한다. 이타심이 가려진 권력자의 속성이고 본능인 것 같다.

  앞 다투어 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날, 꽃 같은 말은 듣기 힘들다. 대통령 선거 기간에는 섬뜩하기까지 한 말로 상대를 비방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거짓 비방과 위선이 난무했다. 선거가 끝난 후에는 국민의 삶은 먼발치에 두고 신, 구가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이다.

  이번 대선이 유례없는 근소한 표 차이로 엇갈리게 된 것은 국민 앞에 겸손 하라는 의미이며 그것을 외면한다면 국민은 또 다시 등을 돌리게 될 것이다. 새로 탄생하는 정부는 무엇보다 신선할 것이라는 기대감만은 확실하다. 부패와 오만함의 상징인 정치권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는 대선의 후유증과 산불로 인한 수많은 이재민, 그리고 코로나19의 긴 여파로 봄이 와도 기지개를 펴지 못하고 오히려 절규에 가까운 몸부림을 치고 있다.

  ‘오직 국민을 섬기고 국민만 바라보고 나아갈 것이다.’ 라는 당선인의 말이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지 않기를 바라며 내편, 네 편의 편 가르기가 아니라 하나로 모으고 실의에 빠진 국민을 위한 정책을 말이 아닌 가슴과 행동으로 펼쳐 나가길 바란다.

 우리는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지켜보면서 나라다운 나라를 보았고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보았고 국민다운 국민의 모습을 보았다. 겨울 앞에 겸손한 봄처럼, 겨울의 지혜로운 깨달음을 아는 봄처럼 대한민국의 지도자로서 품격 있는 치정을 기대해 본다.  

 봄바람 같은 좋은 소식들이 아지랑이처럼 피어나 팍팍한 국민의 삶에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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