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 김미희
세상에 나와서
처음 내게 내민 손
그 손
살짝
잡아 주고 싶다
***
긴 겨울 터널을 지나 봄이 왔어도 옷깃으로 스며드는 찬바람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도 3월이라는 기대감 속에 움츠려 있던 어깨를 조금씩 펴고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어느새 가지마다 움트는 연둣빛 작은 손들이 봄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이제 막 움트는 새싹들이라도 긴 겨울 동안 큰 내공을 숨기며 봄을 준비했는지 유유히 꽃샘바람을 이겨냅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큰 가지가 그늘을 만들 것입니다.
새롭게 시작하자며 내미는 작고 여린 손이지만, 어느 손보다 멋지고 강한 시작을 알려주는 새싹이 벌써 환한 빛을 발합니다. 우리도 움츠린 어깨를 활짝 펴고 내민 손을 잡고 어느 해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한 해를 만들어갔으면 하는 희망이 움틉니다.
박해경(시인,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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