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내논 노인 인구 보고서
울산시가 내논 노인 인구 보고서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2.04.06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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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온 나라가 시끄럽다. 3·9 대선에서 승리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 용산 이전을 놓고 뒤바뀐 여야가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다.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내가 적격자”라며 외치는 후보들의 공약 경쟁은 선거판을 후끈 달군다. 거리두기 완화 속 또 새 변이 등장에 방역당국은 화들짝거린다.

이런 가운데 한편에서는 암담한 앞날에 대한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는 사람들이 있다. 한때 고도 성장기의 중심에서 우리 경제를 견인했던 ‘베이비 부머’ 세대가 바로 그들이다.

울산이 고령사회 진입 문턱에 섰다. 지난해 말 기준 울산 노인 인구는 13.6%. 울산시는 올해 안에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만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노동자들이 북적거린 젊은 도시 울산이 명예·정년퇴직을 한 베이비 부머 세대가 본격 노인이 돼 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사실 시민들은 길거리나 시내버스 등지에서 이를 체감한 지 오래다.

그렇다고 고령사회 진입의 멍에를 노인들에게 뒤집어 씌울 일은 아니다. 저출산에 전체 인구를 떠받치는 핵심층인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는 탓이 더 크다.
 
지역 사회에 노인 구성원이 커지는 원인은 저출산과 기대수명 연장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은 선택이지만, 오래 사는 것은 그 자체로 축복이다. 인간이 갖고 있는 기본 욕망이다.

중국 진시황은 영원불멸의 삶, 불로장생의 꿈을 꿨지만 결국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현대의 우리는 의학 기술의 발달로 100세 시대를 맞았다. 기대 수명은 증가하고, 사망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장례식장에 가면 90대 임종은 흔하고, 80대에 돌아가신 분은 “본전을 했다”고 위로하고, 70대에 돌아가면 “젊어서 돌아가셨다”고 애석해 한다. 모임에 가면 ‘9988234’로 건배하는 사람들을 가끔 보곤 한다. 99세까지 팔팔(88)하게 살다가 2~3일만 앓고 사(4)망하는 게 최고라는 거다.

그렇지만 ‘9988234’를 외칠 게 아니라 살면서 ‘얼마나 행복한 노후 생활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행복한 노후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을까.

울산은 조만간 65세 인구 비율이 14%를 넘는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이다. 한때 우리 사회의 주인공이었던, 오늘을 견인했던 고령층이 과거의 지혜와 삶의 방식을 유지하면서 당당하게 살아나가는 것은 버거운 일이다.

고령층이 당면한 고통스러운 상황은 크게 세 가지. 돈 없이 오래 사는 것, 아프면서 오래 사는 것, 소일거리 없이 혼자서 오래 사는 것이다. 이들이 고통 없이 삶의 무대에서 퇴장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리고 지금의 주역이 노인이 됐을 때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경제 안전판’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이 점에서 최근 울산시가 내놓은 ‘통계로 본 울산 노인 인구 변화’ 보고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보고서는 베이비 부머 세대 편입으로 증가하는 고령층에 대비해 의료기반 강화, 양질의 노인 일자리 확대 등 맞춤형 노인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해법을 내놓는 것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은 게 현실이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 빈곤 문제는 심각성을 더한다. 가진 재산이 없고 노후 대책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은퇴자들은 쉽게 극빈층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 보고서를 보면, 공적연금 수령자는 전체 노인 인구의 49.7%로 절반 수준에 그친다. 노인 2명 중 1명이 기초연금, 노인수당 등 국가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연금 수령자의 형편도 그리 넉넉하지 않다. 연금 보완이 입에 오르내리는 국민연금을 보자. 울산 수령자의 월평균 수급액은 48만 원이었고 연평균 액수로 환산하면 585만 원 정도였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노후 생계를 위해 아파트 경비원이나 청소를 하는 노인들을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울산시가 젊은 시절 열심히 일한 노인이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복지정책을 세워 지원해야 한다. 일하고 싶은 노인에게는 숙련된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는 노동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보고서는 고령사회에 대응한 대책의 절실함을 바로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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