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 詩 한편》

입술 우표 / 곽해룡
짐차 운전수인 아빠는
한 통의 편지가 되어
부산도 가고
여수도 갑니다
떠날 때마다 아빠는
내 앞에 뺨을 내밀고
우표를 붙여 달라고 합니다
그러면 나는 입술 우표를
쪽! 소리가 나도록 붙여 드립니다
어느 날은 아빠가
부산으로도 여수로도 떠나지 못하고
반송되어 와
종일 술을 마신 적이 있습니다
내가 잠든 새벽에 떠나느라
내 입술 우표를 받지 못해서 그렇다며
이제 아빠는
내가 잠들기 전에
미리 입술 우표를 붙여 달라고 합니다
어떤 날 아빠는 내 입술 우표를
한꺼번에 두 장 세 장씩 받아가기도 합니다
내 입술 우표는 아무리 붙여 주어도 닳지 않아
아깝지 않지만
두 장 세 장 한꺼번에 붙여 드리는 날은
아빠를 오랫동안 못 볼 것만 같아
가슴이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
코로나 19로 직장을 잃은 아빠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아이들 입술은 마스크에 가려져 아빠 얼굴에 입술 우표를 마음 놓고 붙여 줄 수 없는 날들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코로나 19가 빨리 끝나서 다시 일 나가는 아빠를 위해 입술 우표를 마음 놓고 붙여주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아빠가 바빠서 입술 우표 여러 장 붙여주던 그런 날이 이제는 그립습니다. [박해경 / 시인,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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