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자루는 바이러스가 쥐고 있어'
'칼자루는 바이러스가 쥐고 있어'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2.04.1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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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사회적 거리두기. 지금은 먹고 자고 입는 것 만큼이나 익숙해진 이 말이 2년이 넘도록 우리 사회를 뒤덮을 줄 아무도 몰랐다. 지역사회의 바이러스 감염 차단을 위해 인간과 인간 사이에 최대한 거리를 둬 전파를 막는 이 감염병 대응법은 일상 생활과 오랜 관습을 한순간에 허물어 뜨렸다.

감염병이 몰고온 거리두기 환경은 낯설었고, 우리 사회의 일상은 깨졌다. 모임 인원은 제한됐고, 업소 출입 때마다 일일이 체온을 재는 등 통과 절차를 거쳐야 입장이 가능했다. 학교 현장에서의 입학식과 졸업식 풍경은 사라졌다. 마스크 쓰기가 일상화한 상황에서 직장과 각종 모임의 저녁 회식 문화는 물론 개인 간의 만남마저 실종됐다. 방역종사자들은 피로감이 누적됐고, 자영업자들의 절규는 이어졌다.

코로나 유행 상황에 맞춰 우리 일상을 옥죄어 온 사회적 거리두기가 18일부터 실내외 마스크를 제외하고 전면 해제된다. 2020년 3월 거리두기가 도입된 이후 2년 1개월, 757일 만에 막을 내린다. 자정까지였던 식당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과 10명까지 허용되던 사적 모임 인원 제한이 사라진다. 행사·집회도 인원 제한 없이 개최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2주 동안 방역 상황을 지켜보고 다음 달 2일 실외부터 해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감염병 등급도 최고 단계인 1급에서 2급으로 하향 조정된다. 이르면 다음달 23일부터 확진자도 격리되지 않고 모든 병·의원에서 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 격리 의무도 권고로 바뀌고 재택치료도 없어진다.

고강도 방역조치의 상징이었던 거리두기 해제는 우리 사회가 앞이 보이지 않던 코로나의 긴 터널에서 빠져나오게 됐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2년여 만에 코로나 팬데믹의 끝이 보인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 2년여 간 코로나 핵심 방역 수단이자 상징이었던 거리두기 해제와 감염병 등급 조정에 나선 것은 계절 독감과 같은 엔데믹(풍토병)으로 받아들여 코로나와 함께 일상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로 읽혀진다. 사실상 코로나 ‘종식’보다는 ‘동거’를 선택한 것이다.

오미크론 대유행이 정점을 지나 확연히 감소세로 접어들면서 유행 억제보다는 오미크론 이후를 대비하는 대응 계획이 필요하다는 판단인 듯하다. 여기다 장기간 이어진 거리두기 조치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했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제적 피해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여진다.

긴 규제 끝에 다시 돌아선 일상 회복인 만큼 기대는 커진다. 하늘에 잔뜩 낀 먹구름처럼 짓누르고 암울했던 코로나로 인한 규제에서 해방됐다는 점에서 무엇보다 반가운 심정이 앞선다. 마스크를 벗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그러나 코로나와의 전쟁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일상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바이러스는 언제든지 재확산할 수 있고, 더 치명적인 팬데믹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금은 유행이 정점을 지난 것이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유행의 칼자루는 바이러스가 쥐고 있고, 바이러스는 퍼지기 좋은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어제 ‘일상 회복’을 선언하면서 “거리두기는 해제되지만, 아직 10만 명 이상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완전히 일상으로 돌아가기에는 위험성이 남아있다”고 언급했다. 방역 해제와는 별개로 방역당국의 코로나 대응과 노력이 지속해서 요구되는 대목이다.

2020년 1월 국내 첫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 사태는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장과 충격을 가져왔다. 그동안 1600만여 명이 감염됐고 사망자도 2만 명을 넘어섰다. 이제 다시 일상 회복을 시도하면서 그동안 방역 과정에서 직면했던 문제점들을 교훈으로 삼아 방역체계를 원점에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거리두기 해제는 일상을 되찾기 위해 잠재적 위험과 맞서는 과정이다. 일상으로 돌아가는 전기를 맞아 방역 초심을 잃어선 안된다. 고령층, 기저질환자 등 감염 취약계층의 위험도는 여전히 높다. 이제 코로나가 남긴 과제들 앞에서 우리 모두가 새 호흡을 가다듬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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