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부울경 특별연합
닻 올린 부울경 특별연합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2.04.19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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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국내 첫 특별지방자치단체(메가시티)인 부울경 특별연합이 19일 탄생했다. 3개 시·도가 ‘한 뿌리에서 출발한 하나’란 동질감 속에 메가시티라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에 한 배를 타고 첫 역사적 항해를 시작했다. 800만 부울경 주민들의 간절한 염원이 지역균형발전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정부가 당초 2월 출범을 예고했던 부울경 특별연합이 어렵사리 닻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내년 1월 1일부터 공식 사무를 수행하기까지 아직 갈길은 멀다. 특별의회와 집행기구를 구성해야 하고 특별연합 청사 위치도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항해를 시작한 ‘부울경 특별연합호’ 앞에 놓인 과제를 생각해 보자.

먼저 3개 시·도가 저마다 셈법을 달리 하고 있는 특별연합 청사와 관련된 문제다. 청사 위치는 ‘부울경 지리적 가운데로서 중심이 되는 지역에 둔다’는 기본 원칙만 정해 놓은 상황이다. 청사 유치 경쟁이 불붙는 바람에 모호한 표현으로 특별연합 규약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거철을 맞아 청사 위치를 놓고 일부 지역 후보자들 간에 하루가 멀다 하게 입을 대고 있다. 부울경 특별연합호는 청사 위치 문제 말고도 내년 1월 공식 업무 개시 전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수두룩하다.

지역의 한 인사는 특별연합이 힘있는 기구로 출범하기 위해서는 행정적 권한과 재정적 뒷받침도 이뤄져야 하는 데, 청사 위치 때문에 다투는 게 문제라고 했다. 앞으로 할 일이 산적한데 금쪽 같은 시간을 지역이기주의적인 청사 문제로 허비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부울경이 수도권 일극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으로 선택한 게 메가시티다. 재정이든, 인력이든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수도권에 맞서 초광역도시로 거듭나자는 그랜드 비전이다.

2040년 인구 1000만 명, 지역내총생산(GRDP) 491조 원, 동북아 8대 경제권 도약을 꿈꾸며 특별연합을 출범시켜 놓고 청사 문제에 발목이 잡혀 있다면 비웃음을 사지 않겠나. “그러면 그렇지” 하는, 가뜩이나 메가시티 출범을 마뜩찮게 보는 수도권론자들의 비아냥이 벌써부터 귓가에 맴도는 듯해서 하는 얘기다.

앞으로 부울경 특별연합호는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물길을 헤쳐 갈 것이다. 그런점에서 청사 소재지 같은 작은 이익에 연연해선 안 된다. 수소경제, 동북아 항만·물류 거점 등 큰 틀의 생존 기반 마련이 급선무다. 중요한 건 청사가 아니라 보다 내실 있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내륙이나 해안 오지까지 메가시티의 혜택이 미칠 수 있는 미래 청사진 말이다.

청사 관계만 문제가 아니다. 특별연합 단체장과 특별연합 의회 의장 선출은 3개 시·도 의회 대표들로 구성된 연합의회가 맡아 풀어야 한다.

그런데 부울경 단체장이 1년 4개월씩 맡기로 한 특별연합 단체장의 순번을 정하는 것이 순탄하게 진행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초대 단체장은 수도권에 버금가는 초광역권을 총괄하는 상징성에다 정치적으로 몸집을 키울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특별연합 의회는 3개 시·도 의회 의원 9명씩으로 구성하고 이 가운데 1명을 연합 의장으로 선출한다. 6·1 지방선거 이후 주도권을 잡기 위한 치열한 신경전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특별연합호가 마주할 또 하나의 문제는 특별연합 조직 구성과 조례 및 규칙 제정, 예산 편성 과정에서 3개 시·도 간 이해관계가 엇갈릴 경우다. 6·1 지방선거 결과와 3개 시·도의 역학 구도가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내 1호 메가시티가 성공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고비는 많을 것이다. 남은 과제를 살펴봐도 어느 하나 녹록한 것이 없다. 무수한 선택과 결정이 필요할 것이다. 자칫하면 삼각파도에 휘말려 방향을 잃고 좌초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순항하려면 서로 경쟁하는 모양새를 버리고 협치를 보여줘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출범한 부울경 특별연합호의 무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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