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만이 아는 대답 2
바람만이 아는 대답 2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2.04.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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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발행인
이두남 발행인

사람은 얼마나 많은 길을 걸어 봐야/진정한 인생을 깨닫게 될까?
그렇다, 흰 비둘기는 얼마나 많은 바다 위를 날아야/백사장에 편히 쉴 수 있을까?
그렇다. 전쟁의 포화가 얼마나 많이 휩쓸고 나서야/영원한 평화가 찾아오게 될까?
친구야,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어/바람만이 그 대답을 알고 있다네.
(중략)
얼마나 많이 올려다보아야/진짜 하늘을 볼 수 있을까?
그렇다, 얼마나 많은 귀가 있어야/사람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그렇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어야/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깨달을 수 있을까?
친구여, 그건 바람만이 알고 있어/바람만이 그 답을 알고 있다네.
 
바람만이 아는 대답은 미국의 세계적인 가수 ‘밥딜런’ 의 노래다.

부드러운 봄은 어김없이 강한 겨울을 이겨내고 이 감동을 즐기려는 듯 봄꽃들이 앞 다투어 피어나고 있다.

지천에는 형형색색의 꽃들과 여린 연둣빛 새싹이 어린 아이가 손가락을 펼치듯 하나둘 피어나 연일 푸름을 더한다.

봄은 희망과 꿈처럼 설레고 평화로우며 언제나 다정한 누이처럼 정답다.

그러나 빛에 가려 그림자의 흔적을 잠시 잊은 듯 깊은 상흔을 남기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은 훈훈한 봄바람에도 종전소식은 들리지 않고 장기화 되어 가고 있어 아픔을 더한다, 포격으로 처참하게 무너져 내린 건물과 불타는 거리, 걷기도 불편한 노인과 엄마 품에 안겨 길을 떠나는 아이, 정든 집을 버리고 정처 없이 떠나는 피난민들이 먼 나라 이야기 같지 않아 안타깝기만 하다.

또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무참하게 학살하고 있다는 의혹에 현지 부모들은 자녀 몸에 이름과 생일 등 신상 정보를 새겨 전쟁으로 부모가 죽고 아이 혼자 살아남았을 때를 대비하고 있다.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죽음보다 자식 걱정을 먼저 하며 이런 행동을 해야만 하는 부모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미루어 짐작해도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케다 다이시쿠 시인은 60년 전 쓴 글의 서두에서 ‘전쟁만큼 잔혹한 것은 없다. 전쟁만큼 비참한 것은 없다.’ 그러나 그 전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어리석은 지도자에 이끌린 국민 또한 가엾다고 2차 전쟁을 겪은 비참함을 피력한 글이 생각난다.

왜 전쟁을 해야만 하는 걸까? 이유도 모른 채 숨져가는 어린 아이들,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먼 타국에서 최선을 다했을 젊은이들이 전쟁터로 변한 고국으로 돌아와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며 무엇을,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라는 생각에 깊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그리고 얼마나 긴 세월이 흘러야 사람들은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전쟁의 상흔은 언제쯤 치유될 수 있을까? 새싹처럼 피어나는 아이들의 꿈은 전쟁의 포화 속에 처참하게 짓밟혀지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11일 한국 국회에서 화상 연설을 했다. 유럽연합을 시작으로 우리나라는 24번째 화상 연설을 하는 국가였다.

그런데 화상 연설 분위기는 다른 나라와 사뭇 대조적이었으며 관심은 크게 낮았다. 심지어 연설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나가버리는 의원들도 있었다. 다른 나라 국회는 빈 자리를 찾을 수 없었고 연설이 끝난 후 기립 박수를 치며 환호와 응원을 보냈지만 우리나라 국회는 곳곳이 텅텅 비었고 기립박수는 없었다.

비슷한 설움을 가진 민족이라 공감은 더 높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것이 진정 우리나라 국민을 대표하는 지도자의 모습인가, 동고의 아픔을 보듬어 주지는 못하더라도 과거 우리의 아픔을 함께 하고 우리를 도운 수많은 나라들에 대한 빚을 잊어버렸단 말인가?

우리나라 국회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 같아 부끄럽기 까지 했다.

“얼마나 많은 귀가 있어야 사람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어야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을 깨달을 수 있을까”를 절규하듯 외치는 마음을 알고도 모르는 척 봄날은 화려함을 더해가 야속하기만 하다.

봄은 생명력과 생기를 불어 넣어 무한한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 같아 더욱 경이롭고 고귀한 선물이다.

꽃이 진 자리에는 설움이 짙어 연둣빛 새살로 매일 덧칠해 초록이 짙어지는 지도 모른다.

묵비권을 행사하기로 했지만 입술이 간지러워 물집처럼 입가로 터져 나온 봄처럼 전쟁의 공포가 끝이 나고 평화의 바람이 바램으로 덮어주기를 바란다. 또한 무기가 인간을 설득할 수 없다는 진리를 깨닫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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