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수선 아저씨/박미자
구두수선 아저씨/박미자
  • 이시향 시민기자
  • 승인 2022.05.0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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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일에 時 한편》

 

 

 

 

 

 

 

 

 

 

 

 

구두수선 아저씨 / 박미자

 

힘겨운 일 있으면 이 아저씨 만나 보소

목욕탕 한 곳에서 일감을 펼쳐 놓고

해맑게 손님을 맞는 이 아저씨 만나 보소

 

몸의 장애보다 마음 장애 앓는 요즘

뭘 해도 못 사냐고 느낌으로 나무라듯

익숙한 손놀림에서 삶도 반짝 빛나잖소

 

창모자 돌려쓰고 멋 부리는 여유 앞에

불편한 거동쯤은 아주 문제없다며

콧노래 저 흥얼거림 가만 한번 들어 보소

***

 한 번쯤 구두 수선해보지 않은 사람 어디 있을까요? 굽이 닳은 구두, 주름진 구두, 실밥 터져 입 벌어진 구두, 이런저런 장애를 가진 구두를 구두수선 아저씨에게 들고 가면 얼마 후 말끔하게 새 구두가 되어 돌아옵니다. 구두수선 아저씨는 불편한 거동으로 불편한 구두를 불편하지 않게 수선해서 돌려줍니다.

 장애인이고 비장애인이고 그런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마음의 장애가 제일 무서운 거 같습니다. 잠재적 능력을 제한해 버려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마음의 장애를 벗어나면 신체적 장애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자신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임을 알게 됩니다. 마음의 장애를 이겨내고 불편한 거동쯤은 아무 문제 없다며 콧노래 흥얼거리는 구두수선 아저씨야말로 수선이 필요한 구두처럼 흔들거리는 요즘 세상을 바르고 아름답게 수선해서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박해경/시인,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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