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연초록이 좋다 / 이시향
나는 연초록이 좋다 / 이시향
  • 이시향 시민기자
  • 승인 2022.05.18 09: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는 연초록색이 좋다. 이렇게 강하게 말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이 초록색을 좋아하겠지만, 그 좋아하는 정도가 더 크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초록을 좋아하는 이유는 천차만별이겠지만, 대부분은 가장 큰 이유로 편안함을 꼽을 것이다. 눈의 피로를 가장 잘 풀어 주며 안전지대를 상징하듯 마음에도 안정감을 준다. 또 초록색을 좋아하는 사람에게선 여유로움과 건강함이 느껴지고 무엇보다도 살아 있다는 생명력이 느껴져서 좋다.

 

 

 

 

 

 

 

 

 

 

 

 

 내가 초록색, 특히 연초록을 좋아하는 이유는 배경으로써 가장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어느 장소 어느 곳에서나 또는 무엇에나 장미꽃보다 은은한 안개꽃 같은 배경이 되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다. 다른 사람의 배경이 되어 든든한 뒷받침이 된다는 것, 우리네 부모님처럼 언제나 한자리에서 자식들에게 배경이 되어서 포근함을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사계절 중 봄을 가장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연초록빛 찬란한 오월을 가장 좋아하는데, 오월에 태어났고 오월에 결혼한 이유도 초록이 좋았기 때문이다. 오월하고 가만히 부르면 입술 동그랗게 말아 쥔 오월이 파들파들 연초록 웃음으로 일어서는 봄, 산과 들로 마냥 뛰쳐나가 싱싱하게 뛰어노는 아이가 되고 싶어진다.

 

 

 

 

 

 

 

 

 

 

 

 

 꽃 중에도 봄을 알려주는 춘란을 가장 좋아하는데 꽃 색깔이 연초록으로 신비롭다. 비(雨)중에도 봄에 내리는 비가 좋다. 봄비는 음악이며 모내기를 갓 끝낸 연초록 모는 농부들의 희망이다. 내 방 창문을 열고 밖을 보면 바로 남창 평야가 보인다. '남창'이란 이름은 울산에서 남쪽에 쌀이 많이 나는 창고란 뜻으로 남창천 너머에 바로 잘 정비된 논들이 펼쳐져 있다. 겨울 가뭄으로 얼굴 드러내 쩍쩍 갈라진 논과 남창천에 봄비가 톡. 토도독 내리면 하늘만 바라보며 힘겨워했던 농부들 메마른 마음 위로 분주함을 비켜선 파릇한 웃음꽃 피어나고 넉넉함이 퍼져간다.

짙은 초록으로 우거진 매미 소리 요란한 여름이 지나며 북쪽 초록 마니아들이 여기저기서 초록을 하나둘씩 훔쳐가기 시작하면 가을도 서서히 붉게 물들어간다. 초록은 또 다른 초록을 준비하기 위해 겨울에 제 몸에서 잎들을 떠나보낸다. 초록이 사라진 앙상한 겨울 산과 들을 보면 어쩌면, 초록색은 겨울에 가장 필요한 색깔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늘 푸른 소나무가 우리나라에 많아 참 다행이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서 자주 그리는 편인데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색깔이 노란색과 파란색 그리고 초록색이다. 노란색과 파란색이 합쳐지면 연한 초록이 된다. 그림을 완성해 놓고 보면 초록색 한가지로 그림이 완성되기도 한다. 그런 걸 보면 난 초록색을 많이 좋아하는 것이 맞다.

 늘 푸른 소나무의 초록처럼, 한자리에서 변치 않고 서 있는 나무의 마음처럼. 누군가에게 편안함으로 배경이 되어주는 삶을 살아내길 바래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