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의 기로에서
계륵의 기로에서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2.05.2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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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발행인
이두남 발행인

계절의 여왕 5월이 초록 물결 위로 눈부신 발걸음을 내딛자 오후의 햇살은 온통 초록빛으로 반짝인다.

다급하게 떠미는 물살과 바람과 시간이 우리의 삶을 재촉하는 것처럼 찰나에 사라질 봄꽃이지만 최선을 다해 피고 진다. 숨 고르기 할 시간도 없이 해마다 과속을 더하는 속도에 여기저기서 숨 가픈 비명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예년보다 앞당겨 바람결에 풍겨오는 소박하고 청순한 아카시아 꽃향기는 계절이 보낸 엽서처럼 고향 동무들과 뛰어 놀던 유년시절과 부모님 생각을 불러내다 골목길 어디쯤에선가 자취를 감추었다.

한 때 벌 떼처럼 잉잉거리던 가슴을 아카시아 이파리 중지로 떨구어 내듯 한 계단, 두 계단 오르며 지워내던 시간이 진초록 바람에 일렁인다. 호수의 물이랑이 비늘로 일어나는 이 풍경도 찰나에 과거로 돌아가겠지만 가시로 남은 추억들은 무통주사를 맞은 듯 아프지 않은 시간을 견뎌낸다.

코로나로 지쳤던 심신을 위로하듯 잠시 마스크를 내리고 오월의 청량한 바람을 맘껏 마시고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는 자유를 선물 받은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5월에는 대내외적으로도 크고 많은 변화가 있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면서 74년 만에 청와대는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 완전개방되었다. 새 정부가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하는 이유가 국민과의 소통이라면 그 정의로운 과정이 초라한 결과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국민은 기대한다.

또한, 새롭게 용산시대를 여는 정부가 공정, 정의, 상식에 어긋나지 않고 대통령의 각오처럼 구두 밑창이 닳도록 바쁘게 움직여 그동안 코로나로 고통 받았던 국민의 삶이 눈부신 오월의 신록처럼 한껏 희망으로 부풀 수 있기를 바란다.

선거기간 동안 극명하게 둘로 나뉘었던 진영을 통합하고 서민들의 안정된 삶을 위해 물가안정도 시급한 상황이다. 더욱이 경유 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가면서 운송, 물류 업계는 비상사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경유 가격은 14년 만에 휘발유 가격을 앞지르면서 가파르게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어 서민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 또한, 세계3위 밀 생산국인 인도가 식량 확보 이유로 밀을 수출금지 하겠다고 보도해 우리나라에도 벌써 그 파장이 느껴진다.

코로나 위기로부터 한 숨 돌리는가했더니 고물가, 고금리가 또 다른 장애물로 버티고 있다. 국제정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더 깊은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이 상황을 두고 조조의 계륵이라는 말이 생각난다.

춘추전국시대 중국의 위나라 조조가 대군을 이끌고 촉나라 유비와 싸우려고 중원을 진격하자 촉나라의 제갈공명이 요충지에 마초를 보냈지만 튼튼한 방어로 조조 군사는 많은 피해를 입고 사기가 꺾였다. 더 오래 지체하면 추위와 질병에 결국 병사들이 지치고 힘들어 할 것을 알고  지략이 능한 하후돈이 조조의 ‘계륵’ 말을 중얼거리자 이에 전군에 퇴각을 준비하라고 지시한다. 조조는 놀라서 누가 퇴각을 명했냐고 격노하며 즉시 하후돈을 처형하고 명분을 얻어 퇴각을 감행한다. 이 때 조조가 ‘계륵’이라고 중얼거린 말의 뜻은 닭의 목 부위로 먹을 것은 없지만 버리기는 아까운 상황을 말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와 유사한 선상에서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러시아의 상황도 전진하면 우크라이나의 방어에 침몰하고 후퇴하면 세계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하고 마는 조조의 비참한 상황에 놓여 ‘계륵’이라고 외치고 싶을 것이다.

한편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칸 영화제 개막식에서 깜짝 연설을 했다.

“인간에 대한 증오는 지나갈 것이고 독재자는 죽을 것이며 그들이 빼앗은 권력은 다시 국민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사람이 영원히 살 수 없는 한 자유는 결코 소멸될 수 없습니다.” 고 찰리 채플린의 걸작 ‘위대한 독재자'의 대사를 인용해 다시 한 번 전쟁반대, 러시아 규탄에 한 목소리를 내달라고 촉구했다.

우리나라도 바이든 대통령의 순방 후 모든 길을 같이 가는 가치동맹을 외치며 전략동맹으로 격상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는 가장 많은 수출 의존을 하는 한중 갈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과의 균형 외교도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 계륵처럼 버티고 있다.

전 인류가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해진다.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을 최소화하는 현명한 결정을 기대하며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많은 계륵의 상황에서 보다 지혜로운 생각을 오월의 신록에서 배워보고자 한다.

눈이 부시도록 푸른 5월의 힘찬 기운과 순백의 아름다움을 가슴 가득 채우고 모세혈관까지 흘려보내 새롭게 출발해 보면 어떨까? 소중한 일상을 되찾은 지금, 우리 모두 반드시 행복한 5월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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