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순간
선택의 순간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2.05.31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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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내일이면 대한민국의 4년 지방자치를 책임질 인물들이 결정된다. 전국적으로 17개 광역단체장 및 교육감, 광역 시도의원 824명, 시·구·군 기초단체장 226명, 기초의원 2927명을 뽑는다. 이번 선거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22일 만에 실시되면서 대선 연장전 성격이 짙다. 7곳의 국회의원 보궐선거도 함께 치러진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석권한 기억이 생생한데 다시 선택의 시간이 다가왔다. 이 당시 울산 선거에서 민주당은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을 상대로 ‘완승’을 거뒀다. 울산시장에다 시의회 권력까지 장악한 민주당은 5개 기초단체장 모두를 차지했다. 울산 정치 지형도를 완전 판갈이할 만큼 민주당으로선 경이적인 성적표를 냈다.

그때는 그랬다. 사상 초유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끈 '촛불 민심'의 힘이 뒷받침됐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5월 대선에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승리한 뒤 1년여 만에 지방선거가 이어졌다. 지방선거를 눈 앞에 둔 2018년 4월 27일과 5월 26일 판문점에서 두 차례 남북정상회담 성사, 선거 전날(6월 12일) 북미 회담 확정은 여당인 민주당에 호재로 작용했다. 당시 야당은 지명도와 역량이 있다는 후보들을 앞세워 승부를 걸었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민주당 간판을 단 후보들에게 ‘묻지마 한 표’를 던지겠다는 유권자들이 더 많았다.

그로부터 4년 후. 이제 민주당 선출직들은 시민의 결단에 제대로 보답했는지 되돌아볼 때다. 그런데 민주당 울산 권력의 지난 활동에는 후한 점수가 매겨지지 않는 분위기다. 4년 전 유권자들이 ‘묻지 마 한 표’의 구태를 더는 반복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무심한 세태를 탄식하지 말고 어렵게 맞았던 ‘선거 축복’ 유지에 노력했는지 스스로 따져볼 일이다.

6·1 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31일 민주당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가 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4년 전, 민심의 선택은 민주당이었으나 지금의 민심은 차갑고, 그 무서운 민심에 더욱 절박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회고한 것도 이런 이유였을 터다. 송 후보는 "시민들이 민주당 후보들에게 걸었던 기대와 실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변명하지 않겠다"며 “하지만, 독선과 독주의 과거로 되돌아가려는 이들에 대해 내일 투표로써 준엄하게 심판해 달라"고 호소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여권인 국민의힘이 우세한 것으로 점쳐진다. 광역단체장의 경우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가능했던 지난 25일 이전의 조사 결과들을 바탕으로 국민의힘은 못해도 9곳에서 승리를 예상하는 모양이다. 이번 선거는 대선 직후 치러지는 것이어서 국민의힘에 유리한 국면이라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은 5곳 정도만 확보해도 선전한 것으로 전망하면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새 정부 입장에서는 집권 초기 국정 동력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지방 권력 탈환이 절실하다. 국회를 다수 야당이 주도하는 상황에서 지방 권력을 가져옴으로써 중앙과 지방 정부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국정운영의 동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여권은 ‘국정 안정’을, 야권은 ‘독선 견제’를 지지층에 호소한다. 지금 수도권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선 이번 지방선거가 지방선거인지 지난 대선의 후속 편인지 헷갈릴 정도로 거대 정당 중심의 사활을 건 다툼이 치열하다. 지방선거라면서 정작 ‘지방’은 실종된 것이다.

그런데 지방의 유권자로서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와는 그 의미가 엄연히 다르다는 사실이다. 내 삶을 나아지게 만들지 않는다면 선거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지방선거의 존재 이유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번 선거를 두고 여의도 시각에서는 '새 정부 견제론', '거대 야당 견제론', '정권 심판의 완성' 등 갖가지 수식어를 붙이지만, 지방선거는 우리 동네 일꾼을 뽑는 선거다.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지만, 교육감 선거도 백년지대계 교육을 위해 신중히 표를 던져야 한다.

유권자들은 정당은 물론 후보들의 인물 됨됨이, 공약 등을 살펴 제대로 된 사람에게 표를 줘야 한다. 중앙 정부의 구호에 휘둘려 같은 색, 같은 번호에 무작정 기표하지 말고 지역을 위해 봉사할 각오가 굳은 좋은 일꾼을 골라 표를 주자.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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