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꽃 필 때 / 박덕희
배꽃 필 때 / 박덕희
  • 이시향 시민기자
  • 승인 2022.06.0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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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일에 詩 한편       》

 

 

 

 

 

 

 

 

 

 

 

 

 

 

 

 

 

 

 

 

배꽃 필 때 / 박덕희


배꽃 필 때 돌아가신 아버지
올해도 배꽃이 하얗게 피었어요
하얗게 피어난 꽃 따라
주렁주렁 배가 따라 오겠지요
아싹, 한입에 베어 문 달고 시원한 배는
아버지가 보내주신 거 알아요
작년 태풍에 배가 무사한 것도
아버지가 지켜주신 거 알아요
나보다 배를 더 좋아하던 까치는
이젠 배밭에 오지 않아요
아버지가 안 계신 걸 아는가 봐요
봄마다
배꽃 타고 제게 오시는 아버지
주렁주렁 배로 오시는 아버지


그곳에도 하얗게 배꽃이 피었나요?

★★★

 박덕희 시인은 하얗게 배꽃이 피면 아버지가 보고 싶은가봐요. 달고 시원한 배를 마주할 때마다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얼마나 깊은지 알 것 같아요. 저도 그렇거든요. 하얀 감꽃이 피어 병아리 입처럼 오물거릴 때면 저희 시아버지가 그리워요. 몸이 안 좋아 오랫동안 요양병원에 계시는데 코로나 때문에 아주 오랜만에 면회 갔더니 사람도 못 알아보고 눈도 뜨지 못한다고 시어머니께서 그동안 참고 있던 눈물을 감꽃처럼 후드득 쏟아내시는 거예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도 같이 울어 눈도 마음도 붉은 홍시가 되어요. 가을 빨간 불이 하나둘 켜지는 감나무를 보면 저는 시아버지가 더욱 그리워져 시골 가는 버스를 타고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감나무를 세어봅니다. 저기 보이는 감나무 주인은 건강하시겠지, 건강하시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 해요. 시아버지가 우리에게 주었던 단감 맛을 찾을 수 없어 버스는 한참 동안 먼 길을 달려가요. 시집에 가면 막내며느리인 저에게 단감처럼 달달한 미소를 지어주던 시아버지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 제마음을 알았는지 박덕희 시인의 동시 배꽃 필 때가 저를 따뜻하게 안아 주네요.

[박해경:시인,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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