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그늘에서 낮별을 보다
팽나무 그늘에서 낮별을 보다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2.06.0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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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발행인
이두남 발행인

6월은 팽나무 섶에서 몸집을 더 크게 부풀린다. 연둣빛 오월의 색감이 상실감으로 변질될 때 녹음이 짙어가는 둘레길에 접어들었다.

데코 마루에 앉아 커피 한 잔으로 목을 축이면 팽나무 그늘이 내려앉아 커피잔을 식혀 준다. 팽나무 그늘은 시가 되고, 그림이 되어 마치 듬직한 성인처럼 보였다. 본디 팽나무는 바닷가 포구에서 잘 자란다고 하여 나무의 달콤한 열매를 포구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린 시절 붉게 익은 열매를 따 먹은 기억이 나지만 새들의 먹이로 제공되어 생명의 나무라고도 한다.

총선의 여파가 팽나무 가지에 아슬아슬하게 전해진다. 커피 맛이 쓰다. 팽나무 그늘에 누워보면 한낮에도 별이 뜬다고 한다. 달콤한 낮잠에 별의별 꿈을 다 꿀 수 있어서인지 꿈같은 일이 이번 총선에서 일어났다.

‘자만이 최고의 위기다’라고 한다면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말도 새겨들을 만하다. 민주당의 집권 5년을 보면 이를 완벽하게 증명해 주고 있다. 당시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위기를 맞아 국민은 당시 한나라당에 등을 돌렸다. 이 위기를 틈타 민주당은 20년 집권을 예고하며 절대다수의 의석으로 국정을 입맛대로 움직였다. 민심보다는 당심만 있었고 급기야 내부 분열의 소리는 20년 집권 야욕의 모래성을 허무하게 무너뜨리고 말았다.

연이은 선거를 치르면서 국민이 여야에 던지는 메시지는 선명하고 냉정했다. 멈출 것 같지 않던 그 바람은 불과 5년의 짧은 집권을 민주당에 허락하고 민심은 냉정하게 등을 돌려 대선과 지선을 아낌없이 국민의 힘에 내어주었다. 달을 가리키던 손가락을 치우고 나니 달만 남은 것은 아니었다. 그 손가락이 향했던 곳은 불행히도 정의, 공정과는 거리가 멀고 가리키지 말아야 할 민심 밖을 가리킨 셈이었다.

대권과 지선으로 기회를 맞이한 국민의 힘도 권력에 취하는 순간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된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국민의 부름이 무엇인지 겸허한 자세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민주당은 정작 자신의 눈곱은 보지 못한 채 내부의 적이 원인이라며 성찰은커녕 내부 총질을 일삼는다. ‘성안의 적이 성을 부순다’라는 말처럼 아무리 견고한 성도 성안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반란이 생기면 성은 적의 손에 넘어가고 성주는 포로가 되고 만다.

대선과 지선을 치르면서 국민의 힘은 한껏 몸을 낮추는 모양새다. 민심은 흐르는 강물 같아서 언제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보수의 성역이었던 울산도 대통령 탄핵이란 거대한 소용돌이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진보에 자리를 내주었지만 4년 만에 되찾았다.

그러나 지난 4년의 시정이 나와 색깔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고 하여 시민을 위한 정책마저 바꾸는 것은 실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사회 어디서나 도사리고 있는 고압선 같은 경계를 허물고 나와 다르더라도 결과적으로 시민을 위한 일이라면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가는 것이 미래지향적인 견고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더욱이 울산은 최근, 지역 산업 침체에 따른 급격한 인구 감소로 도시계획의 각종 문제점 보완이 시급하다. 한때 1인당 평균 소득이 전국 1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지만, 그 위상도 어느 틈엔가 사라지고 말았다.

화려했던 울산의 늠름한 위상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시민의 기대가 꼭 충족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속에서 청년들은 원대한 꿈을 꾸며 울산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역량 있는 인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 발판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지방선거가 끝난 다음 날 아침, 김두겸 울산시장 당선인에게서 짧지만 분명한 문자 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일 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쩌면 별것 아닌 것 같은 이 간결한 문자에 울산시민을 위한 진솔한 열정과 결연한 의지를 고스란히 담아냈을 것이다. 지금 그 마음 그대로 임기가 끝나는 날까지 시민과 함께 뛰는 울산시장이 되기를 바란다.

팽나무 그늘에서 별을 보기까지 많은 사람은 끊임없이 꿈을 읊고 꿈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포구 나무가 새들에게 열매를 양여하듯 울산은 모든 시민에게 공정한 기회가 보장되고 함께 아름다운 동행을 꿈꾸는 그런 도시가 되기를 바라본다. 팽나무 그늘에서 낮별을 보듯 6월도 멋진 나날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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