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 詩 한편>
우리 집 하늘 / 전병호
우리 집 하늘은
반 평이다.
처마와
담 사이에서
네모난 하늘.
고개를 삐끔 내밀다
해가
그냥 가더니
달도
한걸음에
건너가 버린다.
옥상에 오르면
아무도 가지지 않은
수천 개의 별은 모두
내 차지이다.
우리 집 하늘은
억만 평이다.
★★★
'우리 집 하늘' 이야기
어렸을 때, 산동네에서 내려와 살던 시내의 집은 하늘이 조그만했다. 현관에 나와 바라보면 앞집 벽과 옆집 담에 둘러싸인 네모 난 작은 하늘이었다. 우리 집은 이 네모난 하늘로 날이 밝고 저물었다. 밤이면 답답한 마음 견딜 수 없어 옥상에 올라갔다. 등을 끄고 깊이 잠들어 있는 시내의 집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문득 세상 밖에 혼자 서 있는 것처럼 나는 외로웠다. 그러다가 고개 젖혀 하늘을 올려다보고 깜짝 놀랐다. 머리위에 별들이 가득 떠있었기 때문이었다. 순간 나는 궁금했다. 사람들이 왜 별을 가져가지 않았을까. 나는 사람들이 가져가지 않는 별을 모두 갖기로 했다. 비록 희미하지만 정성 다해 닦으면 반짝반짝 빛날 것 같은 수많은 별들! 그런 별이 가득한 억만 평의 밤하늘! 지금도 힘들고 지칠 때 잠시 눈 감고 그때를 생각하면 억만 평의 밤하늘이 내 마음에 뜬다.
[우리집 하늘 동시 해설_전병호 시인] _박해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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