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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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2.06.29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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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발행인
이두남 발행인

유월의 햇살 아래 홀로 우뚝 선 접시꽃도 아름답지만, 황금빛으로 무리 지어 눈부신 금계국을 보노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아무리 돋보이는 꽃이라도 홀로일 때보다 함께 어우러져 있을 때 그 존재감이 더 커 보이는 것 같다. 사람도 그렇다.

세계적인 k-pop 스타 방탄소년단의 단체 활동 잠정 중단 소식에 다양한 해석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들의 향후 행보와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들은 쉼 없이 달려왔기에 지치기도 하고 개인적인 성장 없이 머물러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어 잠시 충전의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진한 여운을 남겼다.

그들이 최근에 부른 ‘yet to come’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숨 고르기와 최고의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다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담고 있다. 또한, 힘든 시기에도 그들을 믿고 기다려 오늘의 방탄소년단을 만들어준 팬클럽 ‘아미’에게 감사를 표하는 내용도 노랫말에 담아 전했다.

‘아미’는 전 세계적으로 퍼져있는 그들의 두터운 팬덤이다. BTS의 몸짓과 노래에 열광하고 지쳐있을 때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그들은 전 세계를 보랏빛으로 물들이며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방탄소년단을 더 돋보이게 한다.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인 ‘건희사랑’도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조용한 내조를 하겠다고 제2 부속실조차 없앴지만, 오히려 화려한 광폭 행보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한편 연예인들에게 집중되었던 팬클럽이 정치권에 유입되어 팬덤 정치로 과열되는 양상이다.

수많은 비유가 난무하는 가운데 ‘수박’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가만히 안 둘 것이라고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수박 금지령까지 내렸다.

어쩌면 파란 껍질만 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박을 먹을 때마다 보복심리가 살아나 붉은 속을 이빨로 자근자근 씹거나 퉤 하고 뱉어 버리고 싶을 만큼 계파 갈등이란 지병을 앓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 누가 그까짓 껍질인 주제에 호박에 그어놓은 무늬 정도라고 말하면 수박 속처럼 열이 받기도 하는 모양이다.

언제부터 껍질을 경애하게 되었는지 붉은 족속의 달콤한 속만 아니면 된다는 극단적인 생각이 지배적이다. 단단한 껍질이 없으면 꽉 차고 커다란 수박이 될 수 없다는 것은, 맛있는 수박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편견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맛있는 수박보다 버려질지언정 선명한 껍질을 진정 원하는 사람들에게 호박에 그은 줄 정도라고 핀잔준다면 문자 폭탄이라도 날리고 싶은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일까?

여름의 제호미는 못 먹어도 좋을 진보한 파란 껍질이다. 붉은 수박 속은 보수처럼 역겹기만 한 것일가? 빨아먹고 버려질 껍질이 진보라면 아편처럼 달콤한 속이 보수가 아니던가?

수박을 갈라놓고 비명을 질러대는 나는 곧바로 경고를 받을지도 모른다. 친문, 친명, 친윤 보다 수박을 더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때론 겉과 속이 다른 족속을 증오한다지만 그들 또한 자리가 바뀔 때마다 겉과 속이 달라지는 기이한 풍경을 연출하곤 한다, 

달콤하던 수박이 오늘따라 목구멍에서 팬덤 하는듯한 묘한 기분이다.

아무리 겉과 속이 다르다지만 한여름 달콤하고 시원한 수박은 하루의 시름을 잊게 하고 사람들 간의 정을 나누는 소중한 재료인데 그것을 두고 그들만의 색깔 논쟁으로 치닫고 있다.

팬덤정치에 매몰되어 한쪽만 바라보는 외눈박이가 아니라 나와 다른 목소리도 잘 경청하여 정상적이고 정직한 근로를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감이고 비정상적인 바람일까?

뜨거운 여름 햇살을 등 뒤로 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저물녘, 눈부신 금계국 군락을 바라보면 그저 황홀하다. 수많은 무리를 이룬 금계국의 몸짓은 팬덤도, 계파 갈등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또한, 무더위에 당당히 맞선 접시꽃을 보며 홀로서기를 해보겠다는 방탄소년단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잘 차려내던 접시가 쨍그랑 깨어지기라도 할 때면 접시꽃은 더욱 아프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언젠가 또, 다시 당당한 위용으로 대중 앞에 다가와 더욱 성장한 모습으로 빛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겉과 속이 달라서 더 달콤한 수박, 함께여서 더 아름다운 한 무더기 금계국, 그리고 홀로 더 당당해지는 접시꽃을 보며 색깔이 달라서 더 개성 있고 조화로운 사회, 객관적인 시각으로 모두를 아우르는 밝은 사회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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