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항에서 은빛을 후리다/문영길]
만선을 자랑하며 우쭐거리는
목선 곁에
동냥하듯 갈매기 기웃대고
아직 비린내를 못 벗은 왕멸치
바다를 누비던 기억을 털리고 있다
한입꺼리로 살아온 이력이 찬연해서
쫓기는 일상일지라도
바다에 숨을 불어넣는 건 조무래기들
은밀한 추적에 포획되어
그물을 후리는 억센 장단에
분탕질 당하던
생에 마지막 몸부림의 파편들은
떨이로 염장 되어
바다 속 모든 비밀을 실토하고서야
의식의 끈을 놓을 수 있었다
스스로 녹아내려
뼈까지 녹아내려
생의 흔적이 삭아가는 동안
몸에 배인 습관 하나가 비슷하게
비밀을 맛보는 단초가 되어
액정 바코드에
소멸의 기록을 적시할 것이다
은빛 몸놀림이 바다에서 건져지던 날
은빛 아우성이 허공에서 비산되던 날
대변항에서
죽음도 빛날 수 있음을
목적을 충족시킬 수 있음을
어렴풋이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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