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 詩 한편 >

가족이란/유은경
방귀를 터놓고 지내는 사이
같은 음식을 나누어 먹고
비슷한 냄새와
서로 다른 소리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사이
누구도. 흉내 못 낼
독창적인 냄새에
코를 싸쥐고 흘겨보기도 하지만
가끔은
새로운 소리와 냄새를 발표하며
한바탕 웃는 사이
★★★
[유은경 시인의 말] 중에 내가 쓴 동시에도 손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행과 행 사이에 숨어 있던 손이 읽는 이의 마음을 만져주면 좋겠어요. 뜨거운 이마를 시원하게 짚어주고, 차가운 손을 녹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 동시에 큼직하고 두툼한 손이 있어서, 쓸쓸한 등을 가만가만 토닥여 준다면 더없이 좋겠어요.
시인의 말도 한편의 동시처럼 와 닿았어요. 등을 토닥여주고 마음을 만져주고 이마를 짚어주고 손을 녹여주고 이 모든 것을 사랑하는 내 가족이 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가족이란 방귀도 터놓고 방귀로 웃는 사이인데 세상 누가 뭐래도 내 편은 내 가족이에요
[박해경:시인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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