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나라 / 김태운]
하늘이 파랗고 바다가 파란 나라
여름이면 휘파람새들 새파랗게 지저귀고 초록빛 억새들 초혼처럼 시퍼렇게 울부짖는 나라
밤이면 더욱 파란 은하를 품고 별빛 총총해지는 나라
오름들 사이로 노루들 겅충거리며 춤을 추고
곶자왈 기슭에서 산꿩들 날갯짓하며 노래를 부르는 나라
아이들 춤사위가 파랗고 노랫가락이 파란 나라
장맛비 그치고 하늬바람 불어 시원해지면
울긋불긋 늙어가는 나도 어느새 파릇파릇
파란 마음이 샘솟는 나라
한때는 주변머리의 우두머리 헤게모니들
탐이 나서 탐라로 불리었을 것 같은
여기는 섬나라
간혹, 지옥 같은 붉은 나라로 기억되었으나
어느덧 파라다이스 같은 나라
삼라만상이 온통 청청한 나라
오늘도 그런 꿈을 꾸는
나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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