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우리가 남이가’
부울경, ‘우리가 남이가’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2.08.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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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부울경에 사달이 났다. 그것도 추진 동력을 집어 삼킬 정도의 메가톤급이다. “그러면 그렇지”하는 수도권론자들의 비아냥 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하고자 지난 4월 어렵사리 닻을 올린 부울경 메가시티 이야기다. 대통령이나 여당인 국민의힘도 적극 지원한다는데 부울경이 ‘다시 생각하겠다’고 엇박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경제부터 교육까지 모든 걸 집어 삼키는 수도권 블랙홀에 맞서기 위해 부울경 3개 시도가 공동 번영을 위해 최선의 방안으로 선택한 일이다. 내년 1월 사업 개시와 동시에 1단계 선도사업도 확정했다. 전체 사업은 총 70개. 1단계 30개 사업, 2단계 40개 사업에 달한다. 사업 추진에는 35조 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정부는 지난 6월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해 부울경 메가시티 예산 지원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그런데 메가시티 구축 논의가 한창이어야 할 시점인 지금 부울경 안에서 덜컥 사달이 나 있다. 6·1 지방선거로 부울경 광역단체장들이 새로 들어서면서 ‘재검토’나 ‘유보’ 상태에 빠져 버렸다. 3개 시도가 서로 계산기를 두드리며 출범에 따른 유불리만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금의 세 단체장 행보가 이를 웅변한다. 부산은 관망하고, 울산·경남은 속도조절과 유보적 입장으로 돌아섰다. 

최근에는 흐름마저 위태롭기만 하다.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하다. 지난 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부울경 예산정책협의회 회의가 그랬다. 서로의 입장차만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같은 당 소속인 세 광역단체장이 첫 공식 대면하는 자리여서 부울경 상생의 화두인 메가시티와 관련한 심도 깊은 토론을 기대했으나 지역 현안을 우선하며 각자도생으로 흘러버렸다. 정치권의 중재로 현실적인 대안을 찾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 게 헛물만 켠 꼴이 됐다.

이 시점에서 문득 한 구호가 떠오른다. ‘우리가 남이가’이다. 199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영남권의 단결을 유도하기 위해 권력자들이 꺼집어 낸 말이다. 대한민국을 지역주의로 내 몬 대표적인 구호이기도 하다. 물론 이 구호를 앞세워 지역주의를 조장할 생각은 없다. 다만 새롭게 부울경을 끌어갈 세 단체장들이 한 번쯤 다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를 제기하려고 한다.

바로 부울경의 화합이다. 부울경은 지리·역사적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경상도'라는 한 뿌리로 얽혀 있다. 형제·자매와 같은 소중한 관계다. 그런데 사이는 얼굴을 붉힐 만큼 좋지 않았다. 신공항 입지, 신항 명칭, 물 문제 등 지역현안을 둘러싸고 협력보다는 갈등을 쏟아냈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누가 중재에 나섰다거나, 화해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없다. 특히 박근혜·문재인 전 대통령으로 이어져 온 신공항 문제는 부울경 갈등의 중심축이 됐다. 메가시티도 그 연장선상에 올라섰다.

김두겸 울산시장은 취임 초 울산을 신라권이라고 유독 강조했다. 그는 부울경 메가시티 대신 포항 경주와 함께 하는 ‘해오름동맹’에 더 공을 들인다. 울산 홀대 때문이다. 김 시장은 “메가시티 선도사업으로 부산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28조 원, 경남은 진해 신항에 12조 원이 투입되는 반면 울산은 얻은 게 없다”고 누차 말하곤 했다. 사실 부산과 경남보다 도시 규모가 작은 울산 입장에서는 김 시장의 이 말에 수긍이 가는 면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국내 1호 메가시티를 추진하는데 3개 시도 간 진통이 없을 수 없고, 꼭 나쁘다고 볼 수만도 없다. 시·도민의 뜻을 모으고, 이해를 조정하는 과정으로 보여져서다. 전체 시·도민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해법을 찾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부울경이 언제까지 서로 싸우고 있을 겨를이 있는가 싶다. 인구와 돈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상황 아닌가. 일각에서는 이미 대전 위쪽 지방은 수도권 범주에 넣어야 된다는 말을 할 정도다. 수도권 블랙홀 현상이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은 3개 시도가 서로 맞설 때가 아니다. 부울경 모두 극심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수도권 일극화에 대응하기 위해 부울경이 힘을 합쳐 하루라도 빨리 초광역경제권을 만들어 국토균형개발에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소모적 갈등은 중단하고 정책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더 이상 늦췄다간 부울경이 되살아날 기회마저 놓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적어도 부울경에서 ‘우리가 남이가’는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말이 아니라 화합하고 힘을 합치는 데 쓸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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