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들어오는 날/박진형
배 들어오는 날/박진형
  • 이시향
  • 승인 2022.08.24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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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일에 詩 한편 》

 

 

 

 

 

 

 

 

 

 

 

 

 

 

 

 

 

 

 

 

 [배 들어오는 날 / 박진형]

 

아방은 술 먹엉
코가 벌렁

어멍은 용심난
눈이 벌겅

용돈 받구정한 오라방은
코도 벌겅
눈도 벌겅

난 아방이 웃으니 마냥 좋은데

★★★

 박진형 시인의 동시 《 배 들어오는 날》을 읽으면 어릴 때 아버지가 월급 받아오던 날이 생각납니다. 아니나 다를까 제주도에서는 배 들어오는 날이 도시에서 월급날이나 마찬가지라고 라고 합니다. 

 좋아서 술 마신 아버지, 술 마시고 들어온 아버지 때문에 화가 난 엄마, 통닭이라도 먹을 수 있을까 기대하는 우리 칠 남매의 눈빛은 반짝반짝. 박진형 시인의 배 들어오는 날 동시를 읽으면서 월급 받아 오던 날 노란 월급봉투를 들고 우리 일곱 남매를 불러 앉혀 놓고 우리 첫째 딸 우리 둘째 딸 셋째딸 하시면서 차례대로 일곱 번째 남동생까지 이름을 불러주면서 용돈을 주시던 친정아버지 모습이 떠오릅니다. 마지막에는 노릇노릇하게 튀겨져 기름이 좌르르 흐르는 통닭까지 먹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여든을 훌쩍 넘긴 아버지는 그때 그 월급날을 잊고 계시는지 몰라도 나는 늘 그날이면 자신감이 넘쳐흐르던 아버지의 모습을 잊지 못하고 가슴에 품고 살고 있습니다. 박진형 시인의 동시 《배 들어오는 날》을 읽으면서 그때 그 추억이 떠올라 코끝이 뜨겁게 벌겅 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글 : 박해경아동문학가,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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