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편치만은 않은 추석 연휴
마냥 편치만은 않은 추석 연휴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2.09.0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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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한낮엔 더위가 등판을 후끈하게 데우지만 아침 저녁으론 한줄기 소슬한 바람이 불어오니 아닌 게 아니라 가을이 시작되는 모양이다. 하긴 추석이 바로 코 앞이니. 

추석 연휴가 9일 시작된다. 다음날인 토요일(10일)이 추석 당일이라 대체 휴일까지 적용돼 나흘간이다. 여느 때라면 선물 꾸러미를 들고 고향을 찾아가 친지들과 재회하고 정을 나눌 생각에 들뜨고 설렐 텐데 귀성길에 오르는 시민들의 마음이 그리 편치 않을 것 같다.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추석을 앞두고 치솟은 장바구니 물가에 주부들의 마음은 무겁다. 바늘구멍만큼 좁아진 취업관문을 뚫어야 하는 청년층의 어깨도 처져 있다.

게다가 태풍이 할퀴고 지나갔으니. 농민들은 혼비백산했으리라. 수확을 앞두고 덜미를 잡힌 과수원이나 비닐하우스 농민들은 시름에 겨워 있을 터다. 이래저래 희비가 교차하고 복잡한 심사가 뒤엉키는 올해 추석이다.

명절 차례상은 '민심의 용광로'라고 한다. 각지에 흩어진 가족이 차례상을 앞에 두고 정치, 경제, 사회 현안에 대해 생각들을 쏟아내는 소통의 장이기 때문이다. 

이번 추석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맞이하는 첫 명절이다. 정치권은 추석 민심이 향후 정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고속도로와 철도 등 교통로를 따라 전국 곳곳으로 이동할 민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썰 것이다. 

그런데 풍요로움과 편안함이 가득해야 할 추석 명절이나 가슴 한쪽이 어쩐지 편치않다고 느끼는 국민이 적지 않을 것이다. 꽉 막혀있는 우리 정치의 현실이 경제를 비롯해 국민 생활 전체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을 향한 민심은 인내의 한계치까지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새 정부 출범 넉 달을 맞는 상황에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은 여전히 공석이다. 변변한 장관감조차 찾지 못하는 것은 정상이라 할 수 없다. 교육·복지의 중장기 과제를 정하고 기틀을 잡을 수장을 이토록 오래 공석으로 놔두는 건 새 정부의 인사 역량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이는 국가의 손실과 직결된다.

울산 여야 정치인들은 올해 추석 연휴도 예년처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낼 것이다. 어깨띠를 두르고 정책 홍보물을 나눠주며 고향으로 가는 귀성객이 붐비는 울산역, 고속버스터미널 등에서 허리 굽혀 추석 인사를 하면서 민심 향배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하지만, 추석 민심을 제대로 읽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민심을 파악한다면서도 정작 쓴소리를 경청하려 애쓰기보다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달콤한 말만 듣는 것은 아닐는지. 설혹 민심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 자신하더라도 정치 과정에 반영하려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소용없는 일이 아닌가. 

추석 연휴 오갈 민심과 여론의 실체에 마음을 열어주기 바란다. 말하고 싶은 것이 많아도 입 대신 귀를 열어주기 바란다. 같은 생각을 가진, 같은 편에 속한 사람들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진, 상대편에 속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의 얘기를 가슴을 열고 들어주기 바란다. 시민을 설득해 내편을 만들려고 할 것이 아니라 시민의 얘기를 듣고, 시민의 눈에 비치는 자신을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 

추석 연휴가 지나면 본격 가을로 접어들고, 이내 겨울철로 넘어갈 것이다. 코로나19의 긴 터널 종착역 끝은 어디인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올해는 독감마저 조기 유행한다고 한다. 코로나에 독감까지 겹쳐 둘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닥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 탓에 가슴이 답답해 온다. 

그래도 이번 추석에 우리 이웃에게 똑같이 크고 둥근 한가위 보름달은 떠오를 것이다. 귀성길 좌우에 펼쳐질 황금빛 벼와 활짝 핀 코스모스, 장시간 운전에 지친 자식을 따듯하게 맞아주시는 부모님, 일가친척들과 반가이 해후해 정을 나누고 조상께도 감사의 송편을 올리는 행복한 한가위를 보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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