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위기 맞은 부울경 메가시티
파국 위기 맞은 부울경 메가시티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2.09.2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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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800만 부울경 주민의 기대감 속에 내년 1월 사무 개시에 들어갈 예정이던 초광역 행정기구인 부울경 메가시티(특별연합)가 출범 다섯 달 만에 좌초됐다. 메가시티의 한 축인 경남이 엊그제 대열 이탈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인데, “내 이럴 줄 알았다”는 수도권론자들의 비아냥이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부울경 3개 시도가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하고 지방소멸을 막자는 데 뜻을 같이 하면서 추진한 일이다. 특정 정당이 끌고 온 정책도, 정치인 한두 명이 앞장선 일도 아니다. 부울경의 지속적인 요청에 정부가 화답하면서 올해 4월 탄생했다. 그런데 지난 6·1 지방선거 이후 단체장이 바뀌면서 후속 절차 논의가 중단되더니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부산 중심의 ‘빨대 효과’를 거론하며 부울경 메가시티에 부정적 입장을 밝혀온 경남은 지난 19일 특별연합의 실효성에 대한 용역 결과 발표에서 부울경 특별연합이 독자적 권한이 없어 국가 지원이 부족하면 자체 사업이 어려워 ‘옥상옥’으로 비용만 낭비하는 구조하고 지적했다. 용역 내용은 박완수 지사가 메가시티 추진을 반대할 때부터 내세운 논리로 예견된 결과다. 사실상 메가시티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수도권 구심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비수도권 최초의 광역협력 모델이 동력을 잃은 셈이다. 박 지사는 대신 행정통합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메가시티가 행정통합의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대안 성격으로 추진한 것임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울산의 메가시티 득실을 따지는 용역 결과 발표는 오는 26일로 예정됐다. 김두겸 시장은 취임 전부터 부울경 메가시티는 울산에 이익이 안된다는 부정적인 견해여서 울산의 용역 결과도 앞서 발표한 경남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앞서 경주, 포항과의 동맹에 집중하고 있는 울산은 지난달 ‘해오름 동맹’을 격상해 ‘해오름 연합시(市)’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울산이 부울경 메가시티에서 발을 빼는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내년 1월 사무를 시작할 예정이었던 부울경 특별연합은 부산이 어떤 방식이던 출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울산과 경남이 모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향후 3개 시도 단체장이 극적인 합의점을 찾지 않는 이상 수도권 일극체제에 맞설 대항마로 동력을 얻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부울경 특별연합이 파국을 맞게 된 데는 정부의 책임도 크다. 부울경 특별연합에 위임된 국가 사무가 적고 최종 결정 권한이나 예산편성 권한은 부여되지 않아 반쪽 위임에 그치고 있다. 

특히 메가시티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방시대’를 천명하면서 내세운 대선 공약이다. 윤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웠던 6개 국정 목표 중 하나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구현이다. 그런데 지방선거 이후 단체장이 바뀐 울산과 경남이 국정과제인 메가시티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 왔고, 또 경남이 메가시티 대열 이탈을 선언하기까지 그동안 경고음이 수차례 울렸는데도 불구하고 정부와 부울경 정치권이 어떤 개입도, 조율도 하지 않은 채 그야말로 수수방관하고 방치해 왔다는 것은 사실상 직무유기에 가깝다.

이 와중에 수도권 규제 완화 움직임은 거세지고 있다. 역대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시늉이라도 했지만, 현 정부는 경제 논리를 앞세워 오히려 수도권 빗장풀기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학과 신설을 계기로 수도권 대학의 증원 규제를 풀어준 게 대표적이다. 수도권에 공장 신·증설을 허용한 법 개정 추진도 마찬가지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이런 지방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부울경 3개 시도가 지난 2년여 간 뜻을 모아 어렵사리 출범했다. 2040년까지 인구 1000만 명, 지역내총생산 491조 원 목표 달성으로 서울 도쿄 오사카 나고야 베이징 상하이 홍콩에 맞먹는 동북아 8대 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부울경이 파국을 맞는 사이 광주와 전남은 최근 초광역 메가시티 설립에 적극 협력키로 했다. 양 측은 그동안 첨예한 입장 차이로 논의 테이블조차 오르지 못했던 광주 군 공항 이전 문제도 국가 주도 특별법 제정과 이전지역 주민 지원 대책 마련을 함께 촉구하는 등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울경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메가시티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방소멸은 국가 차원의 문제인 만큼 정부가 부울경 특별연합의 위기를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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