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징검돌 / 오원량
하얀 징검돌 / 오원량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2.09.27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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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시 한편》

 

 

 

 

 

 

 

 

 

 

 

 

 

 

 

 

 

 

 

 

하얀 징검돌 / 오원량

 

히,히,히,히,
7살 동생이 웃는다

통, 통 ,통, 통,
하얀 징검돌 위로
웃음이 뛰어간다

도,레,미,파,솔 ㆍㆍㆍ
피아노 건반을 밟으며

바라보던 우리 가족들
웃음도  따라 간다

징검돌 하나가
또 흔들흔들

무섭지 않는지
잘도 건너며 좋단다

내 동생
젖니가 빠지고
새 이가 듬성듬성  돋아날 때다

★★★

 어릴 때 이가 흔들려도 꾹 참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뒤늦게 아버지 어머니가 알고는 덧니가 날까 봐 흔들리는 이에 무명실을 걸어 "저것 봐라 " 내 시선이 다른데 돌리고 이마를 툭 치면 얼떨결에 흔들리던 이가 빠졌던 기억이 납니다. 아프지도 않았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나든지 그리고 시원하게 웃으시던 아버지도 그날은 얄밉게만 보였습니다. 요즘 보기 드문 무명실을 어쩌다가 보게 되면 그 추억이 생각나곤 합니다. 이제는 틀니도 하고 있기 버겁다며 자주 내려놓는 아버지를 보면서 그래도 하얀 무명 실타래처럼 오래오래 사셨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 매번 젖니처럼 돋아납니다. 오원량시인의 동시 《하얀 징검돌》을 읽고 나니 흔들리든 이를 빼주던 젊어셨던 아버지의 그 모습이 더욱 그리워집니다.


[글: 박해경 아동문학가 ,동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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