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세상/문삼석
재미있는 세상/문삼석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2.10.2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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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시 한편》

 

 

 

 

 

 

 

 

 

 

 

 

 

 

 

 

 

 

 

 

 

[재미있는 세상/문삼석]

 

'보' 만 보면 서슬이 퍼래지는 '가위'도
'바위' 만 보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고,

'가위'에겐 떵떵 큰소리치던 '바위'도
'보'만 보면 고개를 푸욱 숙이고 말지.

다 이길 수도 없고,
다 지지도 않는,

참 재미있는 세상,
가위, 바위, 보 세상!


☆☆☆

 재미있는 세상 가위, 바위, 보는 한 손으로 가위·바위·보의 세 가지 모양을 만들어 차례나 승부를 결정하는 아이들 놀이라고 하는데 어디 아이들 놀이만 되겠어요? 어른들도 충분히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 놀이겠지요.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친구들과 만나기만 하면 가위, 바위, 보로 하루를 시작해 가위, 바위, 보로 하루가 끝났거든요. 어떤 일에 결정은 가위, 바위, 보가하거든요. 싫다 좋다 말할 수도 없이 가위, 바위, 보에 그날 운수가 달라지지만, 어느 누가 불평불만하지 않고 재미나게 하루를 뛰어다니며 놀았습니다.

 스스로 결정한 일에 이기더라도 지더라도 재미만 있었거든요. 문삼석 선생님 동시 제목처럼 재미있는 세상이었거든요. 하지만 재미있는 가위, 바위, 보를 하면서 뛰어놀아야 할 아이는 좋은 대학 가기 위해 학원 다니기에 바빠 집에 돌아오면 캄캄한 밤이고 청년들은 취업 준비하기에 바쁘고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내 집 장만하기 힘들어 재미있는 세상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거 같아요.

 가위, 바위, 보 하면서 함께 웃던 놀이는 이제 놀이가 아니고 점점 경쟁의식을 키워주는 하나의 수단이 되는 재미없는 세상이 올까 봐 걱정이에요. 문삼석 시인의 재미있는 세상을 읽으면서 가위, 바위, 보를 오랜만에 외쳐봅니다." 가위바위보" 가위를 자주 내는 바람에 늘 지고 마는 저였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세상에 살았어요.

[글: 박해경 아동문학가, 동시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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