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이 밝힌 희망의 등불 
전국체전이 밝힌 희망의 등불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2.10.2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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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두남 발행인
이두남 발행인

송이송이 시월이 익어간다.

또 한 번의 계절이 스쳐간다. 속눈썹 보다 가까웠다 했는데 이내 고추잠자리 날개 사이로 사라지려 한다. 툭 떨어진 밤송이는 한기가 드는지 벌레 먹은 몸을 내려놓는다. 떠난다는 말은 들리지 않고 어느덧 희미한 근시안이 총총 그의 뒤를 따른다. 시월은 제풀에 떠나려나보다. 

맨 처음 그 사람처럼 기다려지기도 했고 빠져들기도 했는데 어느 낯선 시인의 옷차림으로 홀연히 제 고집인냥 발걸음을 옮긴다. 붉은 그림자만 선명히 남기고 걸음을 재촉하는 그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그를 붙잡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송이송이 석류 알 같은 가을을 이제 뱉어내야 할 시간이다.

더 높고 푸른 가을 하늘을 이고 젊은이들의 체전이 울산에서 펼쳐졌다. 코로나 19 이후 3년 만에 정상적으로 개최된 제 103회 전국체육대회는 국민을 하나로 뭉치게 했고, 울산을 뜨겁게 달구며 성황리에 종료되었다.

7개의 불이 하나의 성화에 합화하는 장면은 가슴 뭉클한 순간을 연출했다. 강원도 마니산 참성단에서 체화된 불은 태화강 국가정원, 중구 ‘생활의 불’, 남구 ‘신산업의 불’, 동구 ‘호국의 불’, 북구 ‘문화의 불’, 울주군 ‘경영인의 불’이 한데 모여 전국체전과 장애인 체전을 성공적으로 이끌 등불 역할을 하고 전국체전 동안 환하게 비추며 체전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오랜 시간 선수들이 흘린 피와 땀, 눈물로 점철된 전국체전은 선수들이 기다린 시간만큼 더 벅찼고 역동적이었으며 수많은 신기록을 달성하였고 울산은 종합 순위 9위로 역대 전국체전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미 올림픽대회 스타였던 수영의 황선우, 높이뛰기의 우상혁은 팬들의 함성을 한 몸에 받으며 대회 신기록을 세우는 등 그들의 경기를 눈앞에서 직관할 수 있는 가슴 벅찬 기회를 선사했다. 최고의 환대 속에 물살을 가르는 그도 수 천 번의 연습을 거듭한 결과이고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한계를 극복한 도전은 승리의 원천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벌레 먹은 몸을 바람에 떨구며 거리를 어지럽히는 시월의 어느 날처럼 전국체전의 뒷맛은 개운치만은 않았다. 불법주차와 함부로 버린 쓰레기들이 3년을 기다려 우리의 가슴을 벅차게 했던 그 감동의 순간을 퇴색시켰기 때문이다.

감동의 순간을 더 빛나게 하는 것은 타인을 배려하는 시민의식이 함께 했을 때 더 빛을 발한다. 그러나 우리의 의식 수준은 그에 미치지 못해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열심히 뛴 선수들 이면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뒷받침한 자원봉사자들의 희생은 푸른 가을하늘 보다 아름답고 고귀했다. 4600여명의 자원봉사자는 경기장 안내, 관람지원 등, 제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으면서 돋보이는 구절초처럼 빛났다.

재해나 큰 행사가 있는 곳에는 늘 그들의 밝고 부지런한 손놀림이 슬픔은 나누고 기쁨은 배가 되게 한다. 어떠한 대가도 바라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그들의 순수한 열정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대한 자산이며 따뜻한 위로가 된다.

코로나 19 펜데믹 상황에서도 힘든 자신을 달래며 말없이 환자를 돌보던 수많은 간호사들의 희생정신이 떠오른다. 이는 과거 수 천 년 전부터 이어온 우리 국민의 뛰어난 민족성이기도 하고 고난과 역경에 처했을 때 더욱 한 데 뭉치는 DNA 탓이기도 하다.

한편 전국체전을 치르며 자신감이 더해져서인지 얼어붙었던 울산의 경제가 다시 되살아나는 듯해 상인과 시민들의 모습은 오랜만에 웃음꽃이 핀다.

울산은 산업, 관광, 문화 여러 방면에서 자원이 풍부하다. 전국체전을 계기로 매년 인구 감소 추세에 있는 울산이 인구 유입은 물론 재도약의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

비록 전국체전 기간에 불법주차와 비양심적으로 버린 쓰레기 등의 어두운 단면이 있었지만 울산의 위상을 더 높일 수 있고 경기침체로 우울했던 울산시민에게 희망의 불씨를 재 점화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석류 알처럼 상큼한 이 가을에 전국체전을 아름답게 달군 추억을 소중히 간직하며 희망의 새 출발을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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