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에 동시 한편》
[걸음나비 / 김미영]
종이 무대에 오른
발레리나
가느다란 발목이
파르르
떨고 있다
(걸음나비:컴퍼스)
☆☆☆
김미영 시인은 정겨운 우리말은 나에게 치렁치렁 설렘 드레스를 입혀 줍니다. 그리고 나를 시의 오솔길로 데리고 간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고운 마음입니다.
컴퍼스가 순우리말로 걸음나비인지 처음 알았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 수학 시간 이래도 저래도 어설프고 무딘 손이어서 내 마음대로 잘 안되던 컴퍼스가 어른이 되어도 편하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동시집 걸음나비를 읽고 컴퍼스가 나비걸음이라는 순우리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먼 기억 속으로 달려가 예쁜 이름을 가진 나비걸음으로 팔랑팔랑 가벼운 나비처럼 수학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고 있는 나를 지켜봅니다. 빨리 알았다면 그랬더라면 나비걸음에 대한 추억도 푼푼하게 가지고 있었을 텐데요
왜 어른들은 예쁜 우리말을 두고 굳이 컴퍼스라고 했는지
원망 아닌 원망을 하면서 지금도 많은 곳에서 컴퍼스로 포장된 걸음나비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합니다.
(푼푼하다:모자라지 않고 넉넉하다는 순우리말)
[글 : 박해경 시인, 아동문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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