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멘토 모리'
'메멘토 모리'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2.11.02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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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모리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로마어
항상 겸손하라는 준엄한 하늘의 목소리
반대의 목소리도 경청하고 포용할 때
삶은 더 가치 있고 아름다운 사회로 발전
이두남 발행인
이두남 발행인

깊어가는 가을, 박강수의 ‘가을은 참 예쁘다’는 노래가 절로 기분을 북돋운다. 코스모스가 바람을 친구라 부르고 너도 나도 함께 하늘에 구름같이 흐른다는 구절이 더욱 감미롭고 절실하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일까?

유럽을 평정한 로마 전성기에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에게는 이런 영광이 주어졌다고 한다. 전쟁에서 승리한 장군은 백마 네 마리가 이끄는 전차를 타고 개선 퍼레이드를 벌인다. 영웅이 손을 흔들며 연도를 메운 로마 시민의 환호 속을 행진 하는 것이다. 그런데 개선장군이 손을 들어 시민들에게 큰 소리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메멘토 모리” 하고 외친다. 시민들의 환호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 외침도 따라 커진다.

메멘토 모리는“죽음을 기억하라” “언젠가는 죽는다”는 로마어다. 오늘은 승리에 도취된 개선장군이지만 언젠가는 사라질 수밖에 없는 찰나에 불과한 순간이니 항상 겸손하라는 뜻이다. 승리에 도취된 장군을 향해 준엄한 하늘의 소리를 들려주는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영광스러운 승전의 순간에도 인간의 본분을 잊지 말고 교만한 인간의 관성에 경각심을 일깨우는 것이다. 다윗 왕이 승리를 거두고 기쁨을 억제하지 못할 때 그것을 차분하게 다스릴 수 있는 글귀를 반지에 새긴 내용과 맥을 같이 한다. 반지에 새긴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This too, shall pass away) 라는 글귀는 성공이나 승리의 순간에 지나치게 교만하지 않고 실패나 패배의 순간에도 지나치게 절망하지 않고 마음의 평정을 찾거나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얻고자 함이었다.

지금 우리나라는 둘로 나뉘어져 민생은 내 팽겨진 채 정쟁에 매몰되어 있다. 마치 대선 2라운드의 링 위에 선 무사들 같다. 승자와 패자의 끝나지 않은 싸움에서 상처받고 고통 받는 것은 오롯이 국민의 몫이다.

현자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자신의 말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인정하고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 과거에도 반대 목소리를 끝까지 듣고 직언을 마다하지 않은 사람을 곁에 둔 왕은 대왕이 되었지만 듣지 않고 처벌 한 이는 반드시 자멸하고 말았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청산의 대상이 아닌 협력하는 동반자로 생각했기에 나라를 태평성대로 이끌고 국민의 존중을 받았다. 이런 것이 승자의 너그러움이고 겸손함이다.

극기하지 않고 복례한 예는 없고, 마음이 가난하지 않고 하늘의 창고를 차지한 자는 없다.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지혜로운 자가 된 전례는 없었고, 강을 건너고도 뗏목을 버리지 못하고 짊어지고 간 자 중에 목적지에 도달한 자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작금의 시대는 여소야대 정치 상황에서 과거의 권력과 현재의 권력이 대치하고 국회는 한가로운 싸움판이 되어 가고 있다. 민생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하고 민생과 거리가 먼 곳에서 그들의 변칙적인 고뇌가 시작되는 것 같다.

가을의 상징처럼 피어나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는 가느다란 줄기에 매달려 서늘한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꽃들이지만 한데 모여 서로에게 기대니 웬만한 바람에도 쓰러지지 않는다. 가녀린 꽃들도 함께의 힘으로 서로를 보듬어 주고 서로의 곁을 내어 주어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둘로 나뉘어져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네 탓, 내 탓 공방만 일삼는 사람 사는 사회와는 온도차가 다르고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어느새 단풍은 산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추운 겨울을 견디기 위해 스스로 비움을 준비하는 과정이다. 그래서인지 불꽃처럼 새빨간 나뭇가지와 잎이 펼쳐진 단풍의 모습은 무척이나 장절하고 늠름하며 눈부시다. 가을은 참 예쁘다. 그렇다. 붉은 가지 끝에 매달린 나뭇잎도 한여름을 번성하게 누렸기에 후회 없이 허공을 가르며 낙화하는 것 같다. 자신을 데리고 가는 갈바람의 손길을 원망하지 않는 것 같다.

우리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고 떠날 때는 가을처럼 내려놓고 포용할 때 아름다운 사회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잠겨본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日紅) 이라고 했다. 메멘토모리를 상기하면서 살아간다면 삶은 더욱 가치 있고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 또한 커져 또 다른 의미 부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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