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구멍이라고 / 홍재현
내가 구멍이라고 / 홍재현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2.11.0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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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동시 한편》

 

 

 

 

 

 

 

 

 

 

 

 

 

 

 

 

 

 

 

 

 

 

[내가 구멍이라고 / 홍재현]


자려고 
불 끄고 누웠는데
갑자기 분하다


축구만 하면
친구들의 원망을 듣는다
내가 구멍이란다
나 때문에 맨날 진단다
씨이......


자려고
울면서 누웠는데
갑자기 방문이 열린다


술만 마시면
아빠는 나를 꼭 껴안으신다
내가 숨구멍이란다
나 때문에 살맛 난단다
씨익.......


☆☆☆


뚫어지거나 파내어 빈틈이 생긴 자리에 내가 어떻게 채워지느냐에 따라 씨이가 되고 씨익 될 수 있다는 걸 홍재현 시인의《 내가 구멍이라고》 동시를 읽고 알게 되었습니다. 축구를 할 때 약간 모자라고 허술해 친구들이 나를 구멍이라고 놀려도 씨이 하고 기죽을 필요가 없을 거 같습니다. 아빠가 나 때문에 세상 살아가는 맛이 난다는데  씨익 하고 미소 짓게 만드는 일이 이보다 더 좋은 효도가 어디 또 있겠어요?

힘들 때 내가 떠올라 답답한 상태를 조금이라 터 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내가 누구에게 숨구멍이 될 수 있다면 정말이지 행복한 사람이 아닐 수 없습니다.

너무 빈틈이 없어 인간미가 떨어지는 것보다 구멍이 있어 조금 허술하지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사람이 세상 살아가는데 살맛 나게 하는 숨구멍이 되어주지 않을까 합니다.

홍재현 시인의 동시 《내가 구멍이라고》 읽으면서 허술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나 자신도 누군가에게 숨구멍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씨익하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어 봅니다.


[글 : 박해경 시인, 아동문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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