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기업체, 산폐물의 역습에 홍역
울산 기업체, 산폐물의 역습에 홍역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2.11.1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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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물 처리비용 천정부지로 치솟아
산폐물 대란 향한 시계추 점점 빨라져
시, 뒤늦게 공영개발로 정책 대전환
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요즘 울산 기업들은 산업폐기물과 힘겨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살려달라”고 아우성이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3고(高)로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일감은 줄고 있는데, 폐기물 처리비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모자라 폐기물 대란을 향하는 시계추는 점점 빨라지면서 속마저 타들어 가고 있다.

울산·온산 등 2개 국가공단이 있는 울산은 폐기물 발생량이 엄청나다. 400여 사업장에서 하루 6000t 이상의 폐기물을 쏟아낸다. 울산시가 펴낸 환경백서를 보면 폐기물의 하루 배출량은 2017년 6098t, 2018년 6172t에서 2019년 6756t에 이른다. 아직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로는 배출량은 더 가팔라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 폐기물 처리가 마땅찮다. 매립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민간업체가 운영하는 3곳 뿐이다. 그러다 보니 돈 되는 폐기물만 받는 게 다반사가 돼 처리비용은 부르는 게 값이 됐다. 2016년 t당 6만5000원이던 처리비용이 지금은 세 배 넘게 올랐다. 한 기업체 관계자는 “웃돈을 얹어주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일도 벌어진다”고 하소연한다. 폐기물은 늘고 있는 반면 전국적으로 폐기물을 처리하는 매립장이 부족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폐기물은 제품 생산 등 산업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수 불가결한 부산물이다. 이 부산물을 처리할 곳이 없거나 처리 비용이 많이 들면 기업 활동은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울산시가 각종 인센티브로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면서도 산업 경쟁력과도 직결되는 매립장을 갖추지 못하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특혜 시비와 민원 등을 이유로 매립장 증·신설은 엄격히 규제하면서 단속 업무에 매달렸다.

폐기물은 단속만이 능사가 아니다. 남의 눈을 속여 아닌 밤중에 몰래 내다버린다든가 유해물질을 하수구로 흘려보내는 행위를 무슨 수로 전부 단속한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단속을 소홀히 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단속도 철저히 해야함은 물론이다. 단지 '채찍'에만 의존치 말라는 것이다. 사업장들이 원활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매립장이라는 '당근'도 제공해야 한다. 채찍과 당근은 어느 사회에서나 그 구성원을 통제하는 기본요소이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울산은 폐기물 대란 위기마저 임박한 터다. 울산시는 그 시점을 향후 5.1년 이내인 2027년 하반기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매립장은 울산시의 예측과 달리 1년 앞당겨진 2026년 하반기 수명을 다할 것로 전망된다. 9월 기준으로 매립장 3곳의 남아 있는 매립 가능 용량은 120만 t 정도에 불과한데, 올해 1월 잔여 용량이 140만 t인 점을 감안하면 월 평균 2.2만 t씩 매립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간매립장은 이마저도 얼마든지 앞당겨질 수 있는 구조다. 지역 기업만 이용하지 않는 탓이다. 울산연구원이 2020년 6월 조사한 자료에는 민간매립장이 처리하는 폐기물의 32.5%는 외지에서 반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매립장이 없으면 폐기물은 갈 곳이 없다”며 속이 타는데, 울산시는 느긋한 듯하다. 

신규로 폐기물 매립장을 확보하기까진 환경영향평가와 주민 여론 수렴 등 허가부터 시설공사까지 일반적으로 5년 정도 걸린다. 그나마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매립장을 지을 수 없다. 오죽했으면 울산상의 회장단이 지난 7월 취임한 김두겸 시장과의 첫 간담회 자리에서 다른 현안 업무는 제쳐두고 매립장 확충을 우선적으로 건의했겠나. 

울산은 공장이 많은 만큼 폐기물 처리에 대한 근본대책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울산시가 연구용역에 착수한 ‘제2차 자원순환 시행계획(2023~2027년)’은 뒤늦게나마 폐기물 사업장의 숨통을 트이게 한 모처럼 가뭄에 단비같은 소식임이 분명하다. 산업체가 주목하는 것은 울산시가 직접 매립시설 사업에 참여하는 ‘공영개발’ 방식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과 함께 온산공단을 확장해 330만 t 분량의 공공매립장을 우선 조성하는 내용이다. 시는 추후 민간매립장이 들어서게 되면 폐기물 대란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용역은 올 연말 나온다.

울산시가 공공매립장 우선 방침을 정한 가장 큰 이유는 외부 반입 물량에 대한 제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역 산업체 입장에선 적절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고, 시도 수익성이 보장된다는 면에서 상호 윈윈할 수 있다. 산업체 피부에 직접 와닿을 수 있도록 공영개발 착수는 빠를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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