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81세 고령에도 노익장 발휘해 현업에 매진하는 김인준씨
〈2〉 81세 고령에도 노익장 발휘해 현업에 매진하는 김인준씨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2.11.1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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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기, 독서, 필사에도 ‘몰두’ 

-젊음·행복은 마음먹기 달려
-맨발걷긴 건강·장수의 비결
-90세까지 현업에 종사할 것
81세의 나이에도 노익장을 과시하는 김인준씨
81세의 나이에도 노익장을 과시하는 김인준씨

가을이 익어간다. 
지난 11일 울산 시내에서 언양으로 가는 길에 바라보이는 우뚝 솟은 가지산은 저물어 가는  석양만큼이나 절정으로 붉게 탔다.
가는 길에는 성급하게 달려왔는지 얼굴이 샛노란 들국화가 설렘을 한 가득 머금고 반겨줬다.

20여 분에 걸쳐 도착한 곳은 울주군 전체의 농협 추곡 수매를 하던 곳을 보수해 ‘그린피아 기술’이라는 언양계량증명사로 신축한 회사다. 지금은 대부분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바뀌었고 언양에는 수동으로 공인 계량을 하는 곳이 이 곳을 포함해 두 곳이다.

이곳에서 81세의 노익장을 과시하며 계량 증명에 잔뼈가 굵은 베테랑 김인준씨를 만났다. 가까이에서 차담을 나눈 그는 물리적 나이만 81세이지 60대 정도로 밖에 안 보이는 외모에 곧은 자세다. 

■동안·건강 비결은 맨발걷기

그는 이 누추한 곳까지 찾아 주셔서 고맙다고 연신 인사를 해 댔다. 유명인도 아니고 재주가 많은 것도 아닌데 귀한 걸음을 해 줬다는 것이다. 

그에게 건강 비결을 넌지시 물었다. 이내 맨발로 흙길을 걷는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지금도 근무 중 틈틈이 시간을 내어 사무실 주변의 길을 맨발로 걷는다. 특히 야간 근무에는 고객이 많지 않아 더 많은 시간을 할애 할 수 있다고 자랑한다. 

그는 “언젠가 문경새재에 가서 한 대학 교수를 만났는데 맨발로 걷기엔 문경새재만한 곳이 없다고 했는데, 그 곳의 기운이 참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기회가 된다면 그 곳에 가서 맨발로 걷기를 꼭 권유하고 싶다는 그는 맨발 걷기운동 전도사 역할을 자처했다. 

“세상은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참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만 원이면 부산에 가서 국밥 한 그릇을 먹고 좋은 사람과 기분 좋은 대화를 나누고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것이 젊게 사는 비결인 것 같다고 연신 호방한 웃음으로 주위를 밝힌다. 사무실 앞 공터에는 그가 매일 맨발로 걷던 궤적이 길이 되어 매끄럽게 정돈되어 있다. 

■90세까지 계속하고 싶은 천직
 
“한강 이남에 이런 직업이 없다”는 그는 “나에게는 천직이고 앞으로도 건강관리를 잘 해서 90세까지 이 일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년이 60대 초·중반이라는 점에서 그는 팔순이 넘은 나이에도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노익장을 발휘하고 있다.

“송해 선생님, 엘리자베스 여왕, 얼마 전 작고하신 김동길 교수처럼 하늘이 부르는 날까지 대충 살지 않고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다 떠나고 싶어요. 이분들은 정말 자기 관리를 잘 하셨고 삶에 진심이었던 분들이예요. 회사에서는 내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을 하라고 하는데, 그만한 신뢰가 쌓여 있기 때문이겠죠.”

그는 지금도 돋보기를 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맑은 눈으로 세세한 내용까지 파악해 본사에 보고한다. 대화를 나누던 중 계량을 하려는 고객이 도착했다. 그는 아주 밝은 목소리로 “좋은 하루 되세요”하고 인사를 건넨다. 고객은 익숙한 듯 그의 근무시간을 묻는다. 대화를 나눈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단 한 번 자리에 앉지 않는다. 그래도 좀처럼 지치는 기색이 없다. 

■일기·독서·필사는 평범한 일상

그는 하루에 3가지 기필코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루틴이 있다. 

먼저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한 일기를 지금도 쓰고 있다. 일기는 하루도 허투루 살지 않도록 스스로를 감시하는 CCTV이고  매일의 스토리가 쌓여 히스토리가 되었다.

그리고 매일 일정한 양의 독서를 한다. 케네디 독서법으로 알려진 창가에 서서 독서를 하는 방법이다. 좋은 글귀가 있으면 엽서에 적어 친구나 지인에게 우편으로 보내는 것 또한 잊지 않는다.

나머지 하나는 좋아하는 책의 내용을 필사하는 것이다. 읽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필사를 하면 머릿속에 오래 남고 이해도 빠르며 훌륭한 저자를 닮아야겠다는 생각이 깊이 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필사한 양은 대학노트 80권 정도 분량이다. 그의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다.

지휘자 정명훈의 어머니는 93세 때부터 성경을 원어로 필사하기 시작해 3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는 그런 집념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그는 하루에 세 가지의 신문을 읽고 폭넓은 식견도 겸비하고 있다. 그 중 ‘시’는 스크랩해서 보관한다. 두고두고 그 시를 읽는 재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동을 준다는 것이다. 시는 모든 문학 장르의 엑기스로 영혼이 맑아지고 세상살이의 무거운 짐을 잠시 내려놓고 낭만과 사색으로 이끄는 힘이 되어준다고 한다, 특히 박두진, 서정주 시인을 존경한다고 했다. 

스크랩 한 몇 권의 파일을 보여 준다. 이 많은 시를 읽고 스크랩까지 한 걸 보면 등단하지 않은 시인이다. 그의 마음에 늘 시가 살고 있기에 젊음의 향기를 발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필사 한 노트는 인쇄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갈하고 흐트러짐이 없다. 매순간 집념과 열정을 담은 그의 흐트러짐 없는 시간이 존경스럽다.

“병이 났을 때 의사는 방향을 제시하지만 궁극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나의 의지가 지금까지 이 일을 계속하게 한 것 같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평온하다.

책상에 앉아 흐트러짐 없이 필사하는 김인준씨
책상에 앉아 흐트러짐 없이 필사하는 김인준씨

■당당함·용기있는 삶 무장해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없냐고 물었다. 그는 “오히려 내가 젊은이들에게 배울 점이 많다. 아나로그 시대인 우리 세대는 우물 안의 개구리다. 젊은이들이 잘못을 하는 것은 기득권자인 우리의 탓이 더 크다”고 겸손해 했다.

그렇지만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당당하고 용기 있는 삶은 도덕으로 무장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근본인 도덕이 무장되어 있지 않으면 신뢰가 무너져 자기 스스로 자멸하고 만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도덕적인 잣대만 있으면 우리 사회는 분쟁이 일어날 일이 없다. 요즘 청년들은 자존심은 강하지만 자존감이 낮은 것 같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얼마나 소중하고 멋진 존재인지 알았으면 좋겠다”고 뼈있는 말을 던졌다.

그는 87년부터 일본 여행을 40여 차례 다녀왔다고 한다. “일본인은 준법정신, 청결, 친절이 몸에 배인 사람들이다. 특히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독서를 하고 있어요. 대인의 면모라고 생각한다면 반일의 감정보다는 우리가 본받아야 할 점은 당당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항일이고 극일이 아닌가 한다”며 평소 생각한 지론을 여과없이 펼쳤다.

우리가 본받을 점이 있다면 상대가 누구라도 배우는 것이 우리를 더 성장하게 한다는 것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건 결국 사람의 몫

“구름을 움직이는 것은 용의 힘이고, 화살을 움직이는 것은 활의 힘이고, 남편을 움직이는 것은 아내의 힘입니다.”

그가 결혼식 주례를 수천 번 넘게 서면서 자주 언급한 말이다. 활도 정확한 목표와 일념을 모아 시위를 당기는 사람의 힘이다. 화살이 나아가는 방향, 그리고 거리도 사람의 능력이라는 것이다. 지아비를 움직이는 것 또한 그 아내의 몫이고 아내를 움직이는 것 또한 남편의 몫이며 두 사람이 서로를 위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따라 결혼생활의 행복과 불행이 좌우된다고 했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은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사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결혼, 출산은 물론이고 직장이나 주택마련도 거기에 속한다. 그런 안타까움 때문에 결혼에 대한 비젼을 제시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주례사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삶에는 질서가 있다. 하나의 개체가 가족을 형성하면 그후부터는 관심은 갖되 간섭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기성세대가 실천해야 할 덕목이라는 것이다.

“기성세대는 가난과 배고픔으로 단련되어 있어 웬만한 고통을 견뎌낼 수 있는 배짱이 두둑하지만, 요즘 청년들은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라 쉽게 포기하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는 그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당당하게 자신을 사랑하고 고난을 이겨나가는 근성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을이 깊어간다. 그는 두 달이 지나면 82세가 되는 나이에도 겸손함과 배움의 자세로 자신의 내면을 익혀가고 있다, 삶의 명배우는 바로 자신이다. 그가 건강하게 90세 아니 그 이후에도 청년과 같은 몸과 마음으로 일기, 독서, 필사는 물론이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칼럼니스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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