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지방소멸지수’는 경고하는데
‘K-지방소멸지수’는 경고하는데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2.11.3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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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알린 경고음 수차 울려도 
정작 제대로 된 해법 못 내 놓는 새
30년 후 울산은 80만 명으로 줄어
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110만 인구가 80만 명으로 쪼그라든다.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지금보다 반토막 이하로 감소한다. 통계청이 지난 5월 ‘2020~2050년 장래인구추계(시·도편)’를 통해 예측한 30년 후인 2050년 울산의 암울한 모습이다. 지금의 40대 이하 젊은 세대가 마주할 현실이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개발한 ‘K-지방소멸지수’를 토대로 전국 228개 지자체를 조사한 소멸 위험도를 보면 비수도권 지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동남권인 부산 울산 경남의 경우 소멸위험지역에 경남 의령군이 포함됐고 소멸우려지역에는 울산 동구와 부산 서구·영도구 등 3곳이 들어갔다. 

이런 예측이나 연구 결과는 더 이상 대도시도 소멸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는 경고음을 전해준다. 산업연구원의 분석대로 가면 지방소멸은 시기의 문제일 뿐 수도권 비수도권 할 것 없이 닥칠 암울하고도 확실한 미래다. 산업도시 울산이라고 해서 비켜갈리 만무하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는 감소하고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은 해가 갈수록 가속도가 붙고 있어서다. 통계청이 최근 내놓은 ‘2022년 9월 인구동향’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나듯 2015년 12월부터 시작돼 8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탈울산 행렬’은 소설 같은 전망이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인구 전문가들은 울산 인구가 줄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 전체 인구를 떠받치는 청년층(15∼34세)의 지속적인 유출을 지적한다. 청년들이 더 나은 일자리와 주거·교육환경을 찾아 수도권과 인접 도시로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울산을 포함한 동남권은 수도권으로 가장 많은 인구가 유출되는 곳이다. 비수도권 도시 중에서 부울경이 그나마 인구 비중이 높기 때문에 수도권으로의 유출 여력 또한 높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지방 위기를 경고하는 ‘심각하다’, ‘위험하다’는 진단과 문제 의식은 오래전부터 차고 넘칠 만큼 나왔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든, 경제든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수도권 블랙홀에 맞서 무너져 가는 지방을 살릴 방안이 무엇인지다. 그런데 정작 제대로 된 해법 마련은 지지부진하다. 국가든 지자체든 지방소멸이 곧 국가소멸이라면서도 그다지 경각심을 갖지 못한 게 이유랄 수 있다. 

국내 첫 메가시티가 탄생하리라 기대를 모은 부울경 특별연합이 무산 위기에 처한 게 대표적 사례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부울경 3개 시·도가 수도권 일극체제 대항마로 오랫동안 공들인 끝에 정부가 법적 토대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내년 1월 사무개시를 목전에 두고 좌초 일보 직전이다. 그것도 다름 아닌 부울경 자체 내에서 털컥 사달이 나버렸다. 3개 시·도가 특별연합 규약 폐지안 의결 일정을 잡고 폐지 절차를 밟고 있어서다. 부산시의회는 12월 13일 규약안 폐지를 의결할 예정이고 경남도의회는 15일, 울산시의회는 16일로 일정을 정했다. 규약안이 폐지되면 울산에 있는 특별연합 합동추진단도 해산돼 부울경이 수도권 일극주의에 대항할 대안으로 강력히 추진했던 메가시티는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어떻게 시민들의 삶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 사회적 합의 과정이나 공론화도 거치지 않은 채 선거로 방금 선출된 정치인들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나. 더욱이 법적·제도적 뒷받침도 없는 3개 시·도 간 협의체 수준인 경제동맹이 기존에 합의된 특별연합 기능까지 한다는 게 현실성이 있겠나. 세 단체장이 지난 10월 12일 부산시청에서 경제동맹 추진 합의 후 손잡고 웃었지만 그걸 지켜봤던 시·도민이 얼마나 공감했을지 모르겠다. 올해 2월 부울경 합동추진단이 부울경 주민 2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부울경 특별연합 주민인지도 설문조사’ 발표에 따르면 ‘메가시티 출범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86.4%로 ‘필요하지 않다’(13.6%)고 응답한 비율보다 훨씬 높았다. 지역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응답도 88%로 ‘기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12%)보다 높았다. 인구 소멸이라는 제일 큰 위기감으로 똘똘 뭉쳐야 할 부울경이 출범을 코앞에 둔 특별연합을 무위로 돌리고 각자도생의 길을 찾아가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지금 태화강역에서 대낮에 동해선을 타면 열차 칸마다 거의 대부분 노인이다. 지역민을 먹여 살릴 기업은 이 순간에도 수도권으로 진입할 길만 찾는다. 울산시 예산부서 간부는 한푼이라도 국비를 더 따기 위해 기획재정부 공무원에게 읍소하는 형편이다. 돈도 없고 청년도 빠져나가고 있는 게 고령사회 울산의 현 상황이다. 부산, 경남인들 다를소냐. ‘K-지방소멸지수’는 그렇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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