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하는 철새/박영식
빨래하는 철새/박영식
  • 이시향
  • 승인 2022.12.07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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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하는 철새 / 박영식 /브로콜리숲 (2022. 11.)

 

 

 

 

 

 

 

 

 

 

 

 

 

 

 

 

 

 

 

 

 

 

<책소개>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시조)로 등단하여 올해로 시력 37년이 된 박영식 시인이 2017년 첫 동시집인 『바다로 간 공룡』 이후 5년 만에 내놓는 두 번째 동시집입니다. ‘어린이날’을 만든 지 100주년 되는 해에 선보이는 새 동시집이라 더욱 반갑게 느껴집니다. 시인이 운영하고 있는 서재인 ‘푸른문학공간’에서 불어오는 신선하고 따스한 바람을 느껴보실 수 있습니다.

 

<저자 소개>

경남 사천 와룡 출생.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조, 2003년 [월간문학] 신인상에 동시가 당선되었다. 제9회 청구문화제 동시 대상, 제12회 공무원문예대전 동시 최우수작, 제22회 새벗문학상, 제5회 푸른문학상, 제6회 울산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하였고 2006년 한국문화예술위 문예지 게재 우수작품, 2018년 올해의 좋은 동시집(한국동시문학회) 등에 선정되었다. 동시집 『바다로 간 공룡』, 그림 동시집 『반구대암각화』 등을 펴냈으며 현재, 한국동시문학회 부회장이다.

 

<목차>

시인의 말_하나뿐인 유리별 푸른 지구를 위해

1부 빨래하는 철새

빨래하는 철새 / 울산마두희축제 / 고래 운동회
구름 공장 / 슬도 / 갯봄맞이
하나도 안 덥다 / 참새와 허수아비 / 달항아리
김장배추밭 / 겨울 주차장 / 해바라기 / 붙들린 물고기

2부 우주인 삼총사

우주인 삼총사 / 우주로 떠난 별 / 동장군
연밭 / 배밀이 / 거울 / 바닷가 이야기
유리창에 쓴 이름 / 목련 / 키재기
몽당연필 / 별 / 광개토대왕

3부 피서 떠나는 우리 집

피서 떠나는 우리 집 / 여름 밤기차 / 모심기
이티의 나라 / 민들레 / 까마귀
참나무 사촌 / 제일 무서운 이름 / 고치잠자리
코로나 시대 / 태풍의 이름

4부 공항 마을

공항 마을 / 탑 쌓기 놀이 / 쥐눈이콩
꼬마 연등 / 월동 준비 / 하늘 낚시
참새 일기 / 하늘 유리창 / 책 / 우주선 놀이
가을 하늘 / 할미꽃 / 갈치 장수

 

<책 속으로>

천장이 거울로 된 방
나는 공중에 떠 있는데도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이곳은 분명 진공상태
우주선 안이다
종이도 붕붕 떠다닌다
지금 어느 별로 날아가고 있는 걸까
유리 창문을 통해 바깥을 보면
별들이 스치는 빛 꼬리가
소낙비처럼 쏟아진다
빨리 집으로 가고 싶다
--- 「우주선 놀이」

아빠
가을엔 왜 하늘이
파래


억새들이
하늘 유리창을
깨끗이 닦아서 그래
--- 「하늘 유리창」

씨륭씨륭
손맛을 느끼는
할아버지와
숨바꼭질한다

파닥파닥
앙살 부리는 줄
살살 달래다
힘차게 당겨대고

재빨리
구름 속에 숨다가
힘에 부쳐 끌려오는
종이 가오리
--- 「하늘 낚시」

우리 동네 하늘은
바다인가 봐요

무시무시한 백상아리
덩치 큰 혹등고래
쉴 새 없이
튀어 올라요

가시 돋친 헬리콥터
빛깔도 예쁜
작은 열대어도
송송거려요

밤에는 모두
먹이를 찾느라
눈에 불을 켜고
이리저리 쏘다녀요

쇠로 만든 고래가
땅 위로 내려올 땐
울음소리가 커
잠을 못 자요
--- 「공항 마을」

오빠야 클났다
잠자리가 안있나
울 밭에 고치 단물
다 빨아 묵고 있다
우야모 좋노

그게 아이다카이
잠자리가
풋고치 빨개지라고
주사 놓고 있는 기라
니 그거도 모르나
--- 「고치잠자리」

외계에서나 볼 수 있는
ET의 나라가 있대요
빵 한 조각, 밥 한 그릇
사 먹을 돈이 없어
햇볕에 흙빵을 굽는 나라
밥 한 그릇 제대로 먹을 수 없어
풀을 뜯어 풀죽을 쑤는 나라

우리 돈 천 원이면
삼 일은 걱정 없다는데
자꾸자꾸 헛배만 불러와
걷지도 못하고
왕머루처럼
눈만 뻐끔~ 뻐끔~
저 아이들 구할 수 없나요

--- 「이티의 나라」

 

<출판사 리뷰>

담담히 눈이 내려 숨결 맑힌 여백의 땅/겨울강에 귀대이면 물소리도 쟁쟁한데//푸드득 바람이 치면 일어서는 참대밭//묵향이 번져나면 풍로에는 차茶가 끓고/난잎이 흔들리면 남루 시름 벗어지고/마음도 조촐히 비우면 청산 나는 학이다

-「백자를 곁에 두고」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중

“자연의 아름다움을 더 맑은 영혼의 눈으로 바라보고 펼쳐내어
고단한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줄 수 있다면
시인의 남은 길이 더 풍성할 것 같다.”는 이 말은
동시집 『빨래하는 철새』에서 아직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나는 어른 아이입니다.
예쁜 것, 작은 것, 귀여운 것들을 아직도 무척 좋아하니까요.
-「시인의 말」 부분

198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시조)로 등단

올해로 시력 37년이 된 박영식 시인의 두번째 동시집인 『빨래하는 철새』에는 어른 아이 같은 시인의 마음들이 듬뿍 담겨 있습니다. 시인은 삶을 대하는 데에는 눈치가 없지 않겠지만 사물을 보고 느끼고 다가가는 데는 눈치를 보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인의 시선이 닿는 곳은 한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자유로이 하늘에서 땅속까지 자유롭게 치닫고 있습니다.

“큰고니 청둥오리 원앙이 부부 서로서로 좋은 자리 내어주며 첨벙 첨벙 첨벙 입은 옷 그대로 빨래를”합니다. “때 탄 마음도 헹구고 하늘을 날아 집으로 돌아가면서 펄럭펄럭 뽀송뽀송” 잘 말립니다. 저런 옷을 입고 하늘을 나는 새들은 얼마나 마음이 뽀송뽀송할까요?

시인은 뽀송뽀송한 마음으로 울산마두희축제에도 가 보고 고래 운동회도 가 보고, 빠뜨리지 않고 구름 공장에도 꼭 들러봅니다. 그러면서도 “하나도 안 덥다”고 합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시인은 아마 땀을 한 바가지는 흘렸을 겁니다. 하늘에서 땅으로 온동네 방방곡곡을 다니려면 지치지 않는 든든한 마음이 장착돼 있어야 하니까요. 그야말로 땀은 보너스입니다.


<시인의 말>
하나뿐인 유리별 푸른 지구를 위해

나는 어른 아이입니다. 예쁜 것, 작은 것, 귀여운 것들을 아직도 무척 좋아하니까요. 한 번은 어릴 때 교과서와 동네 아이가 가지고 있는 옥빛 구슬과 바꾼 일도 있었습니다. 그 영롱한 빛에 마음을 빼앗긴 나머지 어렵게 마련해 준 책의 귀중함을 몰랐습니다. 어머님께는 잃어버렸다고 거짓말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금껏 살아오며 어떤 일에서든 손해를 볼 때가 많았습니다. 곧잘 헤헤 웃기만 하는 바보스러운 토우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마음은 언제나 행복합니다. 어떨 땐 하늘에 뜬 무지개를 바라보며 이런 생각에 잠기기도 합니다. 서로를 미워하는 이 세상 사람들이 저 고운 일곱 빛깔 아름다움처럼 좋은 사이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요. 그래서인지 인성을 으뜸으로 여기는 나의 동시들은 다분히 예스럽기도 합니다. 지금 시대가 초음속으로 달려가는 탓도 있겠지만, 요즘 우리의 아이들은 동심에 상처를 받은 나머지 너무도 빨리 어른이 되어갑니다. 아이가 아이답고, 어른이 어른다운 선행을 할 때 우주에서 오직 하나뿐인 유리별 푸른 지구는 더없이 건강해질 텐데 말이지요.

2022년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날
박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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