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신호등 / 박예분
말 신호등 / 박예분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2.12.2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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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시 한편》

 

 

 

 

 

 

 

 

 

 

 

 

 

 

 

 

 

 

 

 

 

[말 신호등 / 박예분]

 

말을 꼭 해야 할 때는
입 꼭꼭 닫고
목구멍에서 쩔쩔매고

꼭 하지 않아도 될 때는
입 활짝 열고
술술 마구 떠드는 말

말에게도
빨강 파랑 신호등이
꼭 필요해


★★★

 박예분 시인의 동시《 말 신호등》을 읽으면서 동시 속에 주인공이 바로 내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 모로코의 속담이 있는가 하면 '말은 깃털처럼 가벼워 주워 담기 힘들다.'라는 탈무드의 교훈도 있습니다. 그리고.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잘 알면서도 제 입속에서 거침없이 쏟아지는 말들은 잘 풀리는 실뭉치처럼 술술 풀리기만 할 때가 많습니다. 고운 말이라도 나오면 좋을 텐데, 말이란 곧 자신의 거울일지도 모릅니다. 상처받고 가슴에 담아두고 있다면 자신의 입속에서 나가는 말도 누구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걸 모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상처가 하는 말은 곧 상처이니까요.

 이해와 배려로 상처를 쓰다듬어준다면 가슴에 담아둔 말들도 이해와 배려로 다듬어진 말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꼭 해야 할 말이라면 듣는 사람에게 상처가 되기보다는 배려가 담긴 사랑스러운 말이라면 좋겠습니다. 중국속담에도 있듯이 뱀은 이슬을 먹고 독을 만들고 소가 이슬을 먹으면 우유를 만든다고 말 한마디를 해도 독이 될지 우유가 될지 박예분 시인의 동시《말 신호등》이 꼭 필요한 나 자신을 돌이켜봅니다.

[글 :  박해경 아동문학가, 동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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