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잼도시 울산’ 유감
‘노잼도시 울산’ 유감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01.1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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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끄는 매력 없는 도시라는데,
역사가 없나, 스토리텔링이 없나
대통령도 태화강국가정원 찾았다
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노잼도시’를 치면 울산이 대전과 함께 ‘노잼도시’ 양대 산맥 구도를 형성하는 알고리즘이 등장한다. 알고리즘 표를 보면 울산에 지인이 올 경우 ‘집에 초대할 수 있음’ 다음으로 ‘배달음식’이 나온다. 그런데 이어진 질문은 ‘이제 뭐하지...’다. 이 질문에 대한 결론은 ‘바다 보여주고, 집에 보내는 것’이다. 다르게 질문해도 결국 종착지는 똑같다. 

노잼도시란 재미라곤 하나도 없는 도시라는 의미인데, 울산은 딱히 보여줄 만한 ‘꺼리’가 없다는 얘기다. 가만히 있다가 끌려온 대전에겐 미안하지만 울산이 노잼도시인가 아닌가는 울산에 사는 필자로서는 자긍심을 건드리는 중대사안이다.

울산은 1960년부터 급격히 진행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을 겪으면서 이방인들이 체감하는 이미지는 그리 밝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우중층한 공장 굴뚝이 숲을 이루다 보니 ‘잿빛도시’로 각인되어 왔다. 지금도 외부 사람들이 울산하면 ‘산업도시’, ‘공업도시’, ‘회색도시’를 우선적으로 떠올리는 이유다. 

사람들의 말을 빌리자면 울산은 별다른 특색이 없는 도시라고 한다. 터미널이나 울산역에서 친구를 픽업하면 번화가인 성남동 젊음의 거리나 삼산동 디자인 거리로 데려가 밥을 먹고 술 한잔씩 걸치는 것으로 끝을 내거나 아니면 힐링을 위해 바다를 찾는다는 거다.

그러니까 울산이 노잼도시라는 건 서울의 연남동이나 압구정 로데오 거리, 대구 동성로, 경주 황리단길처럼 울산하면 선뜻 떠오르는 핫플레이스(인기 관광지)가 없다는 뜻이겠다. 

하지만 울산을 조금만 살펴봐도 꿀잼 요소가 가득하다. 공해도시에서 친환경 생태도시로 울산의 빛깔을 바꾸게 한 태화강 국가정원은 대표적이다. 주변은 1급수인 태화강이 굽이굽이 흘러 도도히 감싼다. 너른 잔디밭에 나무, 꽃들이 어우러지고 철새들은 사시사철 싱그러운 대숲 위를 마음껏 날아다닌다. 겨울이면 국가정원을 찾은 10만여 마리에 달하는 떼까마귀들이 노을을 배경으로 화려한 군무를 펼친다. 특히 대숲은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이 여름 휴가차 방문한 이후 명소로 떠올랐다. 

여기다 도심지 한복판에는 110만 평의 대공원이 들어섰고, 선사인들이 남긴 위대한 유산인 반구대 암각화와 전국 해맞이 명소인 간절곶, 박물관, 미술관도 울산에 있다. 그뿐 아니다. 정자대게, 언양불고기, 장생포고래고기는 지역을 대표하는 내로라하는 음식이다. 볼거리도 풍부하다. 강동 해안가의 주상절리·몽돌해변, 빼어난 기암괴석을 잇는 대왕암 출렁다리는 2021년 개통 이후 인기가 끊이질 않는다. 영남알프스로 불릴 만큼 자연경관이 수려한 가지산, 신불산 등 1000m 이상 고봉들은 휴일과 주말이면 전국에서 몰려온 산꾼들로 붐빈다.

그런데도 노잼도시를 검색하면 ‘울산=노잼도시’라는 딱지가 붙어 있다. 사실 노잼도시라는 못을 박은 이들은 울산 사람들이다. 울산에 오래 살고 있는 사람들일수록 “울산에 뭐 볼 것 있어”를 입에 단다. 물론 노잼도시라는 표현이 감성적이거나 인상에 따른 느낌이어서 그저 웃고 넘기면 그만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에 담긴 뜻은 새겨볼 일이다. 이제 사람들이 도시를 ‘재미’라는 척도로 바라본다는 거다. 

누군가는 울산이 재미없는 이유는 사람을 확 끄는 매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좋은 말씀이다.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3~2024 한국 100선’에 울산은 4곳이 이름을 올렸는데, 신규 지정은 단 한 곳도 없다.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면적이 넓은 울산이 관광지로서 뒤쳐질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울산시가 관광자원개발에 그만큼 소홀했다는 의미다. 그러다 보니 관광업계도 울산을 체류형이 아닌 경유하는 도시로 여기는 상황이다. 울산시가 새해 들어 체류형 숙박 관광객 증가를 위해 국내·외 관광객 유치 특전 제도를 개편하고 관광지를 발굴하는 이유일 게다. 

사람들이 찾도록 만드는 역사성과 스토리텔링은 관광의 키워드다. 그런데 울산에 역사가 없나 스토리가 없나. 한해를 마무리하던 지난해 말 광역시로는 처음으로 울산이 법정문화도시에 선정됐다는 소식은 매우 고무적이다. 법정문화도시는 단순히 시설이나 재정적 지원을 뛰어 넘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지역문화발전 종합계획을 수립해 정부로부터 향후 5년 간 지원받는다. 때문에 문화적 프로그램이 부족한 울산으로서는 반드시 필요한 프로젝트다. 김두겸 시장이 지난해 7월 취임사에서 “노잼도시를 재미나게 만들어 꿀잼도시로 바꿔놓겠다”고 강조하듯 울산이 진정한 유잼도시로 변모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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