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소녀의 기도 / 손이설
어느 소녀의 기도 / 손이설
  • 이시향
  • 승인 2023.01.17 10: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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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해 -27

 

 

 

 

 

 

 

 

 

 

 

 

[어느 소녀의 기도 / 손이설]


밤은 깊었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품속의 태극기만
수없이
만지작만지작

어쩌면
이 기도가
내 마지막 기도일지도
모른다.

정의를 위해 죽은
나를
먼 미래의 사람들은
기억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괜찮다.
내일 총칼에 맞아
겨우내 쌓인 눈이
봄 햇살에 녹듯
소리도 없이
그렇게

이 생명이 스러져도
나는
괜찮다.
두려운 건
내일이 아니다.

먼 훗날 내가
조선인이었다는 사실을
기억조차 못 한 채
죽는다는 것이 두려울 뿐

품 안의
내 작은 태극기야
힘을 내 거라

창밖의
태양도 밝아오고 있으니

(울산 미포초등학교 5학년)


* 제1회 울산어린이문예공모전 <참방> 수상작


***
 손이설 학생의 “어느 소녀의 기도”를 읽으며 어린 나이에 여성이지만 정의를 위해 결의에 찬 모습으로 일제에 항거했던 유관순 열사를 바로 떠올리게 됩니다.   

 “내일 총칼에 맞아/겨우내 쌓인 눈이/봄 햇살에 녹듯/소리도 없이/그렇게//이 생명이 스러져도/나는/괜찮다.”라고 합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는 사회와 국가를 위해서는 자신에게 손해보는 것은 1도 하지 않으려는 작금의 현실을 볼 때 얼마나 숭고하고 아름다운 문장인지 여러 번 읽게 합니다.

 4연에서 “정의를 위해 죽은/나를/먼 미래의 사람들은/기억하지 않을지도/모른다.”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우리가 유관순 열사를 기억하며 기리고 있지만, 그 당시 상황에서는 무서움과 막연함을 이겨내기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미포초등학교 5학년 손이설 학생의 시 한편이 제가 썼던 수백 편의 시보다 더 깊게 다가오는 것은 대한민국 문학의 미래도 학생인 여러분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시 한번 제1회 울산 어린이문예공모전<참방> 수상을 축하합니다. <감상: 이시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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