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설 민심 제대로 새기긴 했나
정치권, 설 민심 제대로 새기긴 했나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01.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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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월급 빼곤 다 올라” 하소연에도
여야, 제각각 아전인수식 해석내놔
국정 주도권 싸움은 끝없이 되풀이
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설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연휴기간 쏟아낸 대다수 바닥 민심은 “언제쯤 민생경제가 나아지겠느냐”는 한숨 섞인 하소연이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이른바 3고(高) 현상과 끝이 보이지 않는 취업난 속에 생활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등 서민층의 살림살이가 말할 수 없이 팍팍해졌기 때문이다.

명절이 되면 정치권이 민심을 수렴하겠다며 난리법썩을 떤다. 정치인들이 명절 때 귀향 활동을 통해 바닥 민심을 살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유권자가 부여한 소중한 책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다음이다. 민심을 제대로 살폈다면 반드시 정치적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는 말이다. 올해도 경제 사정은 나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단연 밥상머리 첫 얘기는 민생 경제였을 터다. 월급쟁이들의 사정은 빠듯한데, 물가는 계속 치솟는 판이니 더욱 그럴 것이다.

명절 차례상은 ‘민심의 용광로’라고 한다. 혹한 속에 귀성·귀경전쟁을 뚫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가족과 친지들이 차례상 앞에서 정치 경제 사회현안 등에 대해 자연스럽게 의견을 나누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전하는 설 민심을 들어보면 먹고 살기 힘들다는 하소연이 이번 설 만큼 많았던 때도 없지 않을까 싶다. 여야는 똑같이 ‘최악의 민심’을 전하면서도 제각각 아전인수식 해석과 해법을 내놓았다.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정 운영을 잘하라”라는 여론이,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조속히 정리하라”는 주문이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전했다.

여야 의원들이 귀따갑게 들은 것은 무엇보다 ‘먹고 사는 문제’, 즉 민생이었을 것이다. 집값은 추락하고 고금리 여파에 체감경기는 악화한 상황에서 연초부터 교통요금까지 들썩이고 있어 서민들의 시름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잇따르는 공공요금 인상에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 놀라 보일러를 껐다는 얘기마저 심심찮게 들리곤 한다. 한마디로 생활밀접형 공공요금 가운데 오르지 않은 것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가족들과 밖에서 식사 한번 하기가 겁날 정도로 외식 물가까지 무섭게 치솟았다. '내 월급만 빼고 다 올랐다'는 얘기가 실감 나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2년차를 맞은 올해의 경제 사정(전망치 1.6%)은 역대급 한파로 예상될 만큼 암울하다. 국내 경제의 힘든 상황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저성장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여야 정치인들의 민심 전달에서 해석과 처방은 제각각이겠지만, 국민들이 공통적으로 전하는 설 민심 바탕에는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과 체념이 깔려 있을 것이다. 실업과 경제난 등 민생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여소야대'의 정국 주도권 싸움은 끝없이 되풀이되고 있는 게 이유랄 수 있다. 분노의 목소리도 나왔을 터다. 서민들의 계산으로는 감조차 잡기 어려운 수십~수백억 원대의 뭉칫돈이 마치 소액권 지폐 몇장 건네지듯 특정인들의 이 주머니 저 주머니로 옮겨 다닌 게 검찰 수사에서 속속 드러난 탓일 거다. 검찰은 거액의 뭉칫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규명 중이다. 대장동 의혹 관련 얘기다. 

옛 말을 빌릴 것도 없다. 정치에 있어 민심(民心)은 곧 천심(天心)이다. 정치권이 설이나 명절 때 민심을 읽으려고 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시급한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해 열겠다며 지난 6일 소집을 요구해 열린 1월 임시국회는 개점 휴업상태다. 2주 넘도록 본회의는 단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고, 대다수 상임위는 전체회의조차 열지 않았다. 여권에서는 “대통령, 의장 순방이 줄지어 예정된 상황에서 민주당이 국회법에도 없는 1월 임시국회를 밀어붙인 건 결국 이재명 방탄의 목적”이라고 성토했다. 그런데 설 연휴가 지나도 정치권의 강경 대치 구도는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 경제는 추락하고 있건만, 여야 모두 민생 챙기기와는 너무나 거리가 먼 듯한 행보는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여야가 설 연휴를 통해 확인한 민심은 확고하고도 분명할 것이다. 한마디로 “경제 또 경제”다. 그렇다면 정치권이 국민 앞에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할지는 자명해진 셈이다. 1월 임시국회가 끝나면 국회법에 따라 2월 임시국회가 열린다. 정치권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는 점에서 별로 기대하고픈 마음은 없다. 그래도 민심을 제대로 살폈다면 국회 안에서 서로 머리를 맞대고 서민경제를 부추길 방안을 찾기 위해 분주하는 모습을 한번쯤 기대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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