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개개비 / 전병호
비 오는 날 개개비 / 전병호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02.0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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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개개비/전병호/ 상상(2022.12.)

 

 

 

 

 

 

 

 

 

 

 

 

 

 

 

 

 

 

 

 

<책소개>

세상을 보여 주는 기록

전병호 시인은 동시로 우리의 일상을 찍는다. 우리에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셀카를 찍듯이 여러 풍경을 동시집 『비 오는 날 개개비』에 담았다. 「산토끼 달아나다」 「뜀틀 넘기」 「군 학생 예능 발표회」 「청소하는 오빠」 「설거지 숙제」 「공깃돌」 「반장 혁이」 등 수많은 장면을 찍어서 세상과 연결시켜 놓았다. 구조 조정에 반대하는 솔몬이 아빠(「또 해병대 가?」), 이주 여성인 아진이 엄마(「베트남 엄마」), 아기 새의 먹이를 구하러 온 개개비(「비 오는 날 개개비」), 빗방울이 점점 굵어지는데 그대로 앉아 비를 맞고 있는 물새를 위해 자리를 비켜 주는 아이와 엄마(「그런 줄도 모르고」). 이렇게 동시집 『비 오는 날 개개비』는 우리가 사는 세상 속 풍경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몽돌」 「학」을 통해 그동안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왔던 전병호 시인의 동시집 『비 오는 날 개개비』는 우리의 자화상이며, 우리를 보여 주는 기록이다.

 

<저자 소개>

충청북도 청주에서 태어났습니다. 198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비닐우산」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동시 「몽돌」 「학」이 수록됐습니다. 세종아동문학상(2004), 방정환문학상(2011), 소천아동문학상(2013), 천상병동심문학상(2021), 열린아동문학상(2022)을 받았습니다. 한국동시문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펴낸 책으로는 동시집 『들꽃 초등학교』 『봄으로 가는 버스』 『민들레 씨가 하는 말』 『백두산 돌은 따듯하다』 『아, 명량대첩!』, 동시조집 『자전거 타는 아이』 『수평선 먼 섬으로 나비가 팔랑팔랑』, 시그림책 『우리 집 하늘』 『달빛 기차』 『사과 먹는 법』 등이 있습니다.

 

 

 

 

 

 

 

 

 

 

 

 

 

 

 

 

 

 

 

 

 

 

 

 

 

 

 

 

 

<출판사 리뷰>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골 학교 이야기

전병호 시인의 동시는 따뜻하다. 인간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이 동시집을 읽다 보면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던 시인이 얼마나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는지,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 주고 싶은지를 느낄 수 있다. 동시의 분위기는 목가적이고 온화하다. 마치 시골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동시집에 등장하는 화자는 서두르는 법이 없다. 소나기가 내리고, 꽃이 피고, 도토리 열매가 떨어지고, 노루 가족이 눈을 밟는다.

시인의 말에서 시인은 “이 동시집에 나오는 어린이들은 대부분 학교에서 만난 어린이들”이라며 “선생인 내가 해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는지를 생각하며 꽤 여러 해를 함께 보냈다”고 한다. 이렇듯 아이들을 향한 시인의 마음이 동시집 곳곳에 들어 있다.

틈만 나면 친구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리는 장난꾸러기 5학년 오철이는 “오빠가 나 대신 쓸어 줄래?”라고 묻는 1학년 예은이의 부탁만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청소하는 오빠」) 뜀틀을 뛰어넘으려고 힘껏 달리다가 바로 앞에서 겁이 나 멈춰 서는 아이에게 선생님은 친절하게도 뜀틀 끝에 분필로 동그라미까지 그려 준다.(「뜀틀 넘기」) 늦잠을 자고 지각한 이태형은 선생님의 다리를 꼭 끌어안고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네?”라고 애원한다. 그런데 매일 지각했던 자신의 부탁이 통할 리 없던 아이는 갑자기 교실 문을 열고 산토끼처럼 달아난다.(「산토끼 달아나다」) 공깃돌을 떼어 내며 살짝 흔들린 순간,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승기는 “아이, 흔들렸네.”라고 말하며 정직하게 공깃돌을 내려놓는다. 아주 잠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던 화자는 그 순간 자신이 부끄러워진다.(「공깃돌」) 이렇게 아이들은 울고 웃으며 한 뼘 더 자란다.

현실을 살아가는 이웃들의 정겨운 풍경

“육교 건너 시내버스 정류장 앞을 지날 때면, 매일 아침 꼭 이때쯤이면 단추 공장에 일 나가는 용민이 엄마가 할아버지 아침밥 차려 드리다가 늦어 “잠깐만요!” 소리치며 달려오고, 부릉부릉 떠나려던 시내버스가 잠시 섰다가 용민이 엄마를 태우고 떠나면서 보도블록 틈에 떨어뜨리고 가는 금단추 하나, 둘, 셋, 넷, 다섯 …….”(「민들레꽃」 전문)

용민이 엄마의 아침 출근길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그녀가 떨어뜨린 금단추는 민들레꽃이 되어 피어난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느라 밥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하고 가족의 생일에도 막차를 타고 가야만 하는 아저씨는 늦은 밤 버스 터미널 작은 식당에서 벽을 보고 혼자 급하게 밥을 먹는다.(「막차」) 아이들이 우르르 솔몬이 누나, 예진이에게 달려가 “누나 아빠가 또 해병대 가?”라고 묻지만 “구조 조정 결사반대” 현수막 펼치고 머리를 빡빡 깎은 아빠를 보며 예진이는 눈물을 닦는다.(「또 해병대 가?」) 이주 여성 아진이 엄마는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은 후, 시어머니를 모시고 아이를 키우며 사는 베트남 엄마이다. 시인은 다문화 가족의 아픔을 들여다보며 아진이를 야무지게 키워 낸 엄마를 힘껏 응원한다.(「베트남 엄마」)

시인은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의 모습을 경쾌하게 그리면서도 현실에 꿋꿋이 발을 붙이고 서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이웃들의 모습 또한 놓치지 않는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시인은 자연과 함께 공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보여 준다. 여기에서의 ‘공존’은 단순히 인간 중심의 자연 친화적인 모습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이 상생하며 함께 존재하는 대등한 형태이다. 김종헌 시인은 해설에서 “전병호 시인이 보여 준 작품은 사람의 관점에서 새와 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는 동물과 식물을 우리(인간)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구성원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디지털 문명의 한가운데서 ‘나(인간)-너(비인간)’ 사이의 관계를 대등하게 살필 줄 아는 성숙한 화자의 목소리가 들린다”고 말했다. 시인은 「비 오는 날 개개비」 「그런 줄도 모르고」 「멸치 맛」 「겨울 산」 「뒷밭에 온 토끼」에서 보여 주는 것처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들려주는 위안과 희망

전병호 시인이 이 동시집을 통해 보여 주고 싶은 동심의 세상은 무엇일까? 시인의 말에서 시인이 언급한 것처럼 “아픔 속에서도 웃음을 찾고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 씩씩하게 생활하는 아이들의 모습”일 것이다. 시인은 이 동시집에 실린 동시들이 아이들에게 “위로와 위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한다. 우리가 이 동시집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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