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아낌없이 주는 자연과 대화하는 숲 해설가 김민태 시인
〈5〉 아낌없이 주는 자연과 대화하는 숲 해설가 김민태 시인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02.0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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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은 ‘오욕칠정’이 사라지고 선함만 남는다는 숲 예찬론자

숲은 사람에게 아낌없이 주고
숲에서는 세속의 잡념 사라져
숲 주인에게 이름을 불러주고
숲에 들면 겸손하고 감사하라
시인이자 숲 예찬론자인 김민태 숲 해설가가 자신의 시집을 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 숲 해설가는 최근 ‘자연과의 대화’라는 산문집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시인이자 숲 예찬론자인 김민태 숲 해설가가 자신의 시집을 펴며 환하게 웃고 있다. 김 숲 해설가는 최근 ‘자연과의 대화’라는 산문집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아무 죄의식 없이 한 발짝 내딛는 순간에 풀을 밟고 나무뿌리를 밟고 가물거리는 벌레를 밟는다. 그래서 숲에 들어 갈 때는 먼저 자연과 대화를 하며 미안함과 감사하는 자세로 자기 자신을 낮추어야 한다. 이것이 자연과 교감을 나누는 첫 번째 자세다. 두 번째는 이름을 불러주어야 한다. 한들거리는 야생화나 나무의 이름을 불러주면 식물은 알아듣는지 그렇게 좋아한다. 벌레, 새, 나비 이름도 마찬가지다. 미안함과 더불어 감사할 줄 알고 식물과 곤충들의 이름만 불러주어도 반쯤 연인이 된다.”

지난 8일 중구 혁신도시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숲 해설가이자 시인인 김민태 작가의 첫 마디이다. 그의 첫 말에서 숲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애틋한 지 엿볼 수 있었다. 25년 전 공단문학으로 등단한 그는 숲이 좋고 산이 좋아 현대자동차에 근무하면서 숲 해설가의 타이틀을 얻었다. 

“숲에 있는 작은 식물 하나하나 이름을 불러주며 의미를 부여하는 일을  좋아하고 숲에 있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하는 그는 몇 권의 시집과 백두대간을 정복한 후 소감을 적은 ‘시·인 백두대간’을 발간하였고 곧 ‘자연과의 대화’라는 산문집도 출간 준비에 있다. 
“숲은 우리가 걸어온 길이고 바위는 넘어야 할 산이다. 자연과의 치밀한 소통으로 자연에게서 창작과 소통을 얻는다”며 ‘자연과의 대화’ 출간 소회를 밝혔다.
2005년 4월을 기점으로 한 달에 한 번씩 3년에 걸쳐 백두대간을 정복한 그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았지만 산이 좋아 결국 해내고 말았다. 우리나라의 모든 산이 마음속에 저장되어 있지만 그중에서도 설경의 겨울 산을 잊지 못한다. 산은 나의 한계를 실험하고 산을 떠나서는 행복할 수 없는 나를 다시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그때를 회고한다.

경상도 지리산에서 강원도 진부령까지 한 계절을 세 번씩 새롭게 맞이하며 끝까지 해내고만 그의 집념은 애린 봄바람을 맞으며 싹을 틔우고 뜨거운 태양으로 내공을 다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기까지 수많은 시련과 고난을 헤쳐 이겨낸 산의 나목들처럼 의연하다.

그는 선암호수공원과 신불산에서 숲 해설가로 일하고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냐고 묻는 질문을 던지자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이어갔다.

“선암호수공원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숲 해설을 하던 때였다. 부모와 함께 참석한 학생은 매우 말썽꾸러기고 말도 잘 하지 않는 아이라고 들었다”며 그때 일을 떠올렸다.

“한참을 걷다보니 호수공원 주변을 날아다니는 나비가 눈에 띄었다. 나비로 2행시를 짓기로 했다.”

먼저 학생에게 운을 띄웠다. 

‘나’ 나를 낳아주셔서 감사해요. 

‘비’ 비밀이지만 엄마를 사랑해요. 

아이의 뜻밖의 2행시에 엄마는 감동하며 울먹였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던 말이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엄마 차례였다.

‘나’ 나는 오늘 너와 함께 해서 행복했어.

‘비’ 비어있던 내 마음이 꽉 찼어.

김민태 숲 해설가가 선암호수공원에서 탐방객들을 대상으로 숲 해설을 하고 있다.
김민태 숲 해설가가 선암호수공원에서 탐방객들을 대상으로 숲 해설을 하고 있다.

“두 모자가 꼭 안고 눈물 흘리던 장면은 감동으로 온 산을 물들였다. 지켜보는 이들도 가슴이 뭉클했다. 이런 순수한 감동은 숲속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산속에 들면 자연과 동화되어 ‘오욕칠정’이 강제 차압당하고 선함만 남는다”며 자연과의 첫 걸음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는 숲 해설가다. 

그는 “숲을 거닐며 눈에 띄는 모든 꽃과 나무들은 우리가 국민학교 시절에 불렀던 동요의 소재로 우리에겐 친숙하다. 동심에 상처를 받는 요즘 아이들은 아름다운 한글 동요를 몰라 너무 안타깝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말이 교육부에 전달되어 맑고 고운 동요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많이 불리길 바란다.

특히 그를 들뜨게 한 그룹은 임산부들을 대상으로 한 숲 해설 기회였다. 그는 숲 속 이야기에 도취된 임산부들에게 몇 가지 알고 있는 상식을 전달했다고 한다.

“첫째는 무통주사다. 산모가 출산 시 맞는 무통주사는 강한 진통제로 극한의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함이다. 그러나 무통주사를 맞지 않고 극한의 고통을 이겨낸 산모는 모성애가 남다르다. 이혼법정에 가면 아버지가 양육권을 가지는 확률이 많다고 한다. 통계적으로 무통주사를 맞는 수치와 비슷하다”며 극한의 고통을 이겨낸 산모는 절대 양육권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두 번째는 아이를 업어서 키울 것인지, 앞으로 안을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며 그의 생각을 여과 없이 소개했다.

그는 “아이를 업으면 엄마의 얼굴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귀가 열리고 호기심을 유발시켜 감각기관이 발달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안으면 엄마의 얼굴만 쳐다보게 되어 귀를 닫고 호기심은 사라진다”며 “어렸을 때부터 청각, 즉 경청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호기심을 자극해 여러 감각기관을 깨우려면 업고 키우는 것이 중요한 육아방법”이라고 전한다.

“셋째는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다. 즉, 좌뇌와 우뇌의 개발과 연관성이 있다. 그러나 아이를 출산하자마자 이를 고민하는 부모는 거의 없다”고 한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아이의 습관이 일상으로 굳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옛 선조들이 그린 동굴벽화를 분석하면 왼손잡이의 그림으로 추정되는 것이 많다고 ‘조선일보 만물상’에서 전하고 있다.

이처럼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어른의 책임과 희생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그는 강조한다.

임산부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상세하게 알게 되어 아이를 출산하고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되겠다며 감사함을 전한다. “그럴 때면 작은 도움이나마 되었다는 것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직업의 자산과 긍지에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고 한다.

산을 오르며 알게 된 소나무에 관한 지식도 풍부했다. 

“소나무의 꿈은 천년을 살고 그 후 궁궐의 동양목이 되어 천년 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다.

이처럼 모든 나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지만 폭설이 내리는 겨울이면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소나무 부러지는 소리로 온 산은 아우성이다. 그만큼 칭송에 대한 대가도 혹독하게 치른다는 교훈을 소나무에서 배운다”고 소나무의 생을 평가한다.

“또한, 소나무는 바위틈에서 혹한과 혹서에도 경이로울 만큼 잘 자란다. 소나무의 바늘잎은 수분증발이 거의 없어 수분유지에 용이하고 겉으로 보이는 나이테인 껍질과 껍질 사이에 수분을 보존한다. 무실수인 소나무는 키 만큼 뿌리를 내려 물을 찾아가는 습성이 있어 쉬 쓰러지거나 죽지 않는다”며 소나무에 대한 상식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바위는 돌 틈에서 자라는 소나무가 애처로워 이끼를 키워 수분을 유지시키고 나뭇잎을 모아 덮어준다, 그렇게 잘 자란 소나무는 보답이라도 하듯 그늘을 만들어 바위를 식혀주고 새를 불러 아름다운 노래를 들려준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숲 이야기에 흥인 난 그는 숲속의 모든 나무와 야생화를 호기롭게 불러 모을 것 같다.

“그렇다면 여인의 꿈은 무엇일까? 성인을 낳는 일이다”며 들려준 신사임당에 얽힌 고전은 참으로 흥미롭고 아이를 키우는 일에 얼마나 최선을 다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일깨워주었다.

그는 “숲은 부모님의 사랑처럼 모든 것을 다 주고도 아까워하지 않는다”며 숲을 예찬한다.

“숲은 사람에게 주기만 한다. 숲의 주인은 나무이고 동물인데 사람이 숲에 들면 마음대로 주인행세를 하려고 한다. 궁극적으로는 사람이 자연보호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이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다. 숲에 들 때는 먼저 겸손해야 한다. 나무뿌리를 밟으면 ‘미안합니다’. 나뭇가지를 잡고 올라갈 때는 ‘고맙습니다’는 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사람과의 관계와 마찬가지로 숲에서의 행동도 살아 있는 하나의 개체로 인정해주고 그 고마움을 잊지 말자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 사회복지사 자격증과 어렵게 평생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청소년 수련원이나 노인복지관에서 숲 이야기를 들려주며 사람들이 자연을 사랑하고 더 세심한 배려를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지금도 자연의 품에 안겨 자연과의 대화를 글과 사진으로 남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는 “자연의 진면목을 가슴으로 느끼려면 자신을 자연 속에 올곧게 침투시켜 자연 속 공명의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잠시나마 일상을 벗어나 팍팍한 세상살이 허물처럼 벗어놓고 한 발짝 자연에 몸을 담고 자신을 돌아 볼 기회를 가지는 것도 좋다. 자연은 언제나 우리에게 희망이고 꿈이다”며 숲에서 언제나 진한 감동을 받는다고 숲을 예찬한다. 

‘지자요수 (知者樂水) 인자요산 (仁者樂山)’.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인자한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고 했다. 인자한 그의 모습에서 아낌없이 주는 산을 본다. 나서서 자랑하지 않고 다소곳이 정겨운 야생화가 그의 얼굴에서 활짝 피어났다. / 칼럼니스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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