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새롭게 하면 날마다 새 날’  
‘마음을 새롭게 하면 날마다 새 날’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02.0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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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시절에 얽매이지 말고
내일을 향한 희망의 발걸음 
마음이 곧 삶의 나침반이다
이두남 발행인
이두남 발행인

새해의 해는 더욱 희망을 품고, 새해의 하루는 더욱 새롭게 다가오길 기대했다. 새해의 결의는 청청한 곰솔나무처럼 야무질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현실의 하루는 걸어갈수록 더디고 그리 탐탁치만은 않다. 동토의 무채색 길목은 맑은 날에도 저기압이 따라다니고 오랜 습관에도 처연하고 낯설게 다가온다.

새해의 시작을 알고 있는지 황량한 산등성이로 풀어헤친 억새의 호각소리며 동해 쪽의 햇살은 희망의 꿈을 싣고 만선으로 귀항하는 고깃배를 은빛으로 불태우며 길을 연다. 

365일 밤낮으로 우주의 공명을 듣고 사계절 꽃은 피어나고 시작은 끝으로 이어지고 그 끝 또한 시작으로 이어진다. 문득 산기슭의 우유 빛 종아리를 들어낸 자작나무가 눈에 들어오고 모든 불순물을 깊숙이 가라앉히며 맑아지는 호수를 보며 마음까지 청량해지는 기분이다. 바람의 손사래를 한껏 즐기려는 듯 물이랑이 햇살을 받아 눈부신 은파로 내 동공을 사정없이 쪼아댄다. 무채색 산등성은 또 그렇게 풍덩 물속에 잠긴다.

우주 만물은 쉴 새 없이 변하고 있다. 자연은 변함없이 그대로인 것 같지만 올 겨울은 예년의 겨울이 아니고 다가 올 봄은 작년의 그 봄이 분명 아닐 것이다. 그러나 계절은 언제나처럼 자기 자리로 되돌아와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를 지킨다. 급변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우리들만 항로를 잃고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올해는 검은 토끼의 해인 계묘년이다. ‘꾀 많은 토끼가 자신의 몸을 숨길 세 개의 굴을 파 놓는다는 뜻으로 교토삼굴(狡免三窟)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리스크 관리 습관을 들이기 위해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서양 속담과 일맥상통한다.

교토삼굴은 평안하고 여유가 있을 때 위험을 대비해 하나의 굴을 더 파 놓으라는 잠언이다. 그것도 모자라면 또 다른 굴을 파 놓고 위기에 대비 하라는 뜻이다. 좋은 시절에도 어려울 때를 대비해 플랜A, B, C를 마련해 두라는 교훈이기도 하다. 사람의 운명은 시간과 장소와 마음이 작동하는 함수이기 때문에 시시각각 변한다. 이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대안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큰 화를 입을 수 있다.

더욱이 내일의 희망보다는 묵은 시절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면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드는 것은 시간이고 마음가짐이다. 마음이 곧 삶의 나침반이 되어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한다. 행동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것이 세상 이치이지만 행동 이전에 확고한 마음의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

올해도 우리는 찬란하게 떠오르는 새해의 태양과 함께 귀중한 시간을 공평하게 선물 받았다. 지구가 생긴 이래 단 하루도 빠짐없이 태양은 시간을 받쳐 들고 희망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보내고 있다. 그 희망을 품고 소중한 시간을 맞이한다면 앞으로 펼쳐질 날들은 빛날 것이다. 

타고르의 ‘기탄잘리 39’에는 나의 생명 속에는 또 다른 멋진 내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심지어 내 생명 속에는 왕이 존재한다고 한다. 구석에 갇혀 내 거지 같은 마음이 웅크리고 앉아 있을 때는 사정없이 문을 부숴버리고 내 생명 속에 잠자는 왕의 위의를 갖추고 나오라고 당부한다. 

또, 가슴이 굳어 바싹 마른 때에는 소나기와 더불어 오라고 한다. 나의 왕은 늘 내 마음속에 있고 간절한 마음으로 불러내면 언제든지 나타나 지금 내가 처한 힘겨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바로 나 자신에게서 얻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마음먹은 대로 모두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삶은 원치 않은 방향으로 갈 때가 잦아 모진 고통으로 힘든 나날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순간에 지나가는 삶이다, 마음은 현실에 충실하며 희망이란 미래에 살아야 다시 가다듬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얻는다.

내 삶의 주인은 바로 나다. 나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고 그 질문의 해답을 찾아 가는 것이 인생이다. 새롭게 솟아 오른 올해의 태양은 우리의 마음속 욕망과 망상과 먼지를 다 비우고 신선하고 경이로운 선물을 작은 두 손에 또 다시 채워주었다.

지혜로운 토끼처럼 우리 안에 이미 갖추고 있는 아름답고 견고한 마음으로 새 날에는 더욱 희망찬 걸음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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