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다 넘어도 사람의 벽은 넘을 수 없다”는 사람 내음 가득한 문병원 전 시의원
〈6〉 “다 넘어도 사람의 벽은 넘을 수 없다”는 사람 내음 가득한 문병원 전 시의원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02.13 19: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 온 이유가 있어”... '사람 중심' 정치인

-안 된다고 하면 실망으로
-해 보자고 하면 희망으로
-사람을 위한 행정·정치와
-선한 마음으로 봉사 역할
문병원 전 울산시의원이 월남참전자회 울산지부에서 위로회 축사를 하고 있다.
문병원 전 울산시의원이 월남참전자회 울산지부에서 위로회 축사를 하고 있다.

‘입춘’이란 절기를 맨 먼저 감지하는 이는 우리가 아니라 잎을 떨군 채 한풍을 견디고 선 숙연한 나무들일 것이다.

금방이라도 흰 눈이 쏟아질 듯 잿빛 하늘이 한껏 기대감을 안겨주는 지난 달 17일, 중구 소재 한 카페에서 문병원 전 시의원을 만났다. 

문 전 의원과의 첫 만남은 7년 전 쯤으로 기억한다. 나의 은사님 딸은 지적장애 3급이다. 그런 딸을 이용해 부당이익을 취득한 상인이 있었고 그로 인해 매우 큰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몰라 전전긍긍하던 때 누군가 내게 문 의원을 찾아가서 의논을 하면 해결책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나는 은사님을 모시고 울산시의회 문 의원실을 찾아갔다. 격의 없이 반갑게 맞아주시는 그의 얼굴이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곧바로 여기저기 전화하면서 상황을 파악하며 일처리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에게서 길이 없다고 생각할 때 함께 길을 찾고 아픔에 공감해 주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으로 큰 위로가 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야기 도중 한 민원인이 그를 찾아와 3000원만 빌려달라고 능청스럽게 부탁을 했다. 그러자 그는 지갑에서 5000원짜리 지폐를 꺼내 주며 2000원을 거슬러 오라고 했다. 세어 나오는 웃음을 억지로 참았다. 인간적인 그의 모습이 나를 웃게 했다. 3000원을 빌려주는 것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다. 하지만 그 돈을 빌릴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그후 그가 그 돈을 갚았는지 무척 궁금하다.

종종 민생은 뒤로한 채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권 뉴스를 접할 때마다 이 이야기를 떠올렸고, 이와 같은 이야기를 더 많이 접할 수 있기를 바랐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그들의 속내가 역겨워 뉴스 보기가 힘든 어느 날 슬쩍 꺼내어 조금은 위안으로 삼기 위함이었다. 그때 나는 문턱이 낮고 사람을 가리지 않는 정치인이라는 생각을 했었고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아가라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2000년에 정치에 입문한 그는 두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 낙마했지만, 2014년 제6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울산시의회 의원 선거에 당선돼 시의원으로서 충실히 임무를 수행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선 중구청장에 출사표를 던졌으나 안타깝게 고배를 마셨다. 

오늘 그를 다시 찾은 이유는 정치인이 아니라 아직도 진한 여운으로 남아 있는 인간미 넘치는 사람과의 솔직한 대화가 그리워서다. 물론 내가 본 것은 하나의 단면일지 모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따뜻한 이웃이었다.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그는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아 장애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한 걸음도 쉽게 움직이기 어려운 몸이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시민들의 삶의 현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민원을 해결해주는 해결사 역할을 자처했다. 

“장애의 몸은 불편할 뿐이지 어떤 것에도 걸림돌이 되지 않고 오히려 사회적 약자들의 입장을 더 잘 알고 도와주기 위해 그 자리에 있다”고 강조한 그는 사명감을 견고하게 다지고 있는 듯했다. 어쩌면 그래서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을 더 보듬어 주려고 애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고충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말이다.

“하나의 민원에 7번 이상을 현장방문해 해결한 적도 있었다. 힘든 발걸음으로 열심히 발로 뛰는 모습을 보면 누구나 진심으로 다가온다”는 그는 “그 마음이 감동이 되어 사람을 움직이는 힘으로 작용하고 일을 해결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고 강조했다.

“나를 찾아오기까진 수많은 방법을 동원해보고 그래도 안 될 때 찾아왔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안된다고 하면 크게 실망할 것이고 해보자고 하면 희망을 가질 것이다”며 “무엇이든 한 번 해보자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하고 반드시 해결해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문제점이 있으면 반드시 해결 방법 또한 존재한다는 게 그를 그토록 열심히 뛰게 하는 원동력인 것 같다.

문 전 의원은 “다 넘어도 사람의 벽은 쉬 넘지 못한다. 사람의 벽을 넘을 수 있는 것은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하는 진실한 태도에서 비롯된다”며 격의 없이 소통하는 방법을 여기에서 찾는다.

문병원 전 시의원이 경로잔치에 참석해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문병원 전 시의원이 경로잔치에 참석해 어르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시의원은 시민의 대표로서 시민을 대신해 일하는 일꾼”이라고 정의한 그는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곳, 필요로 하는 일은 해결할 수 있는 여러가지 방법을 찾아  해결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또한, “정치인은 잘못 생각하면 합법을 가장한 도둑질을 할 수도 있는 위험한 자리다. 올바른 마음으로 정치를 잘 한다면 큰 봉사를 할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정치인의 길도 평가했다.

무릇 “정치인은 정치를 위한 정치, 행정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행정과 정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평소 지론이다. 

“행정은 처벌이 아니라 방향 제시, 길을 알려주는 것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정치하는 사람은 국민의 피와 눈물을 닦아줄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가 원하는 정치인상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유권자들은 제 손으로 뽑고도 곧 후회한다. 당선되고 나면 마치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듯 다른 사람으로 돌변하는 것이 정치인이다.  

그는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 온 이유가 있다. 그래서 사람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 정치인의 본분”이라며 “비굴한 정치를 하려는 생각이면 차라리 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문 전 의원은 돈, 인맥, 경험도 전무한 가운데 정치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 말은 빚을 진 것이 없으니 갚을 것도 없고, 그래서 청렴한 정치가 가능한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그는 정치가 공급자 중심이기 보다는 수요자 중심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늘 품고 있다. 

“자연은 다 품어주고도 이해타산이 없는데 사람은 욕심이 많다. 특히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욕심이 커지는 것 같다. 자연을 닮은 삶을 살고 싶다”고 그의 철학을 비춘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나라 정치판을 보면 변화에 편승하지 못하고 오히려 도태되고 낙오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변화와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토로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원자재는 물론이고 적은 인구로 수입, 수출 면에서 해외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인재양성을 전폭 지지하고 인적자원에 치중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인구 천 만도 안 되는 이스라엘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인재양성에 투자를 아끼지 않기 때문”이라는 그는 “청년들에게 빨리 성과를 내라고 재촉하기 보다는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잘 숙성된 사람으로 익어간다”며 청년 정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이야기 중에 선물처럼 눈이 내렸다. 세상을 뒤덮을 함박눈은 아니지만 어두운 정치판을 잊을만한 깨끗한 흰 눈이다. 겨울을 기다리는 이유가 하얀 눈을 보는 동심이듯 그들이 정치를 하는 이유가 무언인지 국민의 진심이 깊숙이 가 닿기를 바란다.

울산은 공업도시로 소득이 높은 반면 문화는 낙후돼 문화 욕구에 대한 갈망과 그로 인한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갈증 또한 컸다. 그는 시의회에서 울산문화재단 설립에 관해 5분 자유발언을 한 바 있다. 당시 충북 경북 울산을 제외한 나머지 시·도에는 문화재단이 있었다. 그의 특유의 끈질긴 집념은 울산문화재단을 설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울산은 현재 문화도시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문화는 고유문화를 중요시 하되, 외국문화와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더 나은 문화도시로 자리잡는 것이다.

문 전 의원은 “도시는 문화가 이끌어가야 하는 것이다. 문화가 없는 도시는 공허하다”며 “울산의 아마추어 예술인들이 설자리가 없는 것을 늘 안타까워하고 시·구·군 행사에 초대해 지역 예술인들이 활동무대를 넓혀가면서 함께 성장하는 구심점 역할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산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국가정원이 있는 도시라는 자부심을 갖고 문화도시의 색깔을 입힌다면 탈울산 행렬도 줄어들어 울산 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했다. 

문 전 의원은 현직에 있을 때 문화, 관광, 교육, 복지, 교통 등 여러 분야의 조례를 만들어 울산시 발전에 기여했다. 특히 장애인과 취약계층의 삶에 관심을 기울이고 온기를 전달하는 일에 소홀하지 않았다. 이처럼 선하게 살아가는 이웃과 행복을 나누려는 마음이 그를 더 단단하게 지탱한 힘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어느덧 입춘이 지나고 매화꽃 소식이 전해 온다. 앙상한 가지에 신춘의 봄소식이 전해지듯 힘든 국민에게 희망찬 소식이 많이 배달되길 바란다”는 것이 그의 소망이다.

문 전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 당 대표로 출마한 안철수 후보의 ‘울산 선거대책 총괄 본부장’을 맡고 있다. 그의 선택이 그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가 크다. 작은 것에 감동하고 위안을 받는 국민에게 늘 울림을 주는 멋진 정치인이 되길 응원한다. / 칼럼니스트·시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