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부울경 특별연합에게 작별을 전하며
아듀! 부울경 특별연합에게 작별을 전하며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02.16 20: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북아 8대 메가시티로의 비상 꿈 깨지고
법 걷어차고 출범하는 부울경 경제동맹은
인력·위상 모두 축소돼 정부 대응엔 한계

중앙정부 57개 권한 지방정부 이양 발표에
재정·자치권 뒷받침 없인 지방시대 요원해
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제발 살려달라”는 부울경의 간절한 외침에 정부가 화답한 게 지난해 4월이었다. 비수도권 최초로 3개 시·도 장벽을 허물면서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하고자 탄생한 부울경 메가시티(특별연합)가 그것이다. 그러나 이 수도권 대항마는 첫 발도 떼기 전에 지난 선거에서 당선된 부울경 셋 단체장의 합의로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조만간 행정안전부가 승인·고시하면 역사의 뒤안길로 완전 사라지게 된다. 인구 800만 명의 부울경이 2040년이면 인구 1000만 명의 동북아 8대 메가시티로 비상할 것이라는 꿈은 산산이 조각나는 것이다. 특정 정당이 끌고 온 정책도, 정치인 한두 명이 앞장선 일도 아닌데도 말이다. 메가시티에게 이제 작별을 전한다. 아듀!

지난 일을 새삼 떠올린 것은 인구절벽에 처한 부울경이 논하고 있는 지방분권 때문이다. 부울경이 특별연합 대신 내달 출범시키는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 이야기다. 부산시가 시청 내에 설치하는 경제동맹 사무국은 4급 공무원이 국장을 맡고 각 3개 시·도에서 3명씩 직원을 파견해 10여 명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부산시는 이를 위해 지난 15일 ‘부산시 행정기구 설치조례’ 및 ‘부산시 공무원 정원 조례’ 일부 개정안을 각각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을 보면 경제동맹 사무국은 부울경 특별연합 출범을 위해 만든 특별연합 합동추진단 사무국(사무국장 3급, 인력 28명)보다 규모나 위상이 크게 축소된다. 사무국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3개 시·도의 요구사항을 조율하고 각 지자체의 의견을 모아 정부에 대응하려면 사무국의 위상이 중요한데, 사무국장의 직급이 낮아 목소리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경제동맹은 특별연합과 달리 법적 근거도 없어 인구든 경제든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수도권 블랙홀에 맞서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실체가 모호하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이다.

지방소멸이 현실화하면서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벚꽃 엔딩’은 눈앞에 다가왔고, 대도시 한복판에도 소멸의 그림자가 짙어졌다. 인구절벽의 시대에 그나마 있는 사람마저 수도권으로 쏠리고, 신산업에 뛰어든 기업들은 인재 확보가 어렵다며 지방을 떠나려 한다. 

110만 명이 살고있는 대도시 울산도 예외가 아니다. 중구는 ‘원도심 상권 활성화 특별전담팀’을 구성할 만큼 원도심 인구 유출과 상권 침체는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 한때 조선업 근로자들이 둥지를 틀면서 전성기를 누렸던 국내 조선산업의 메카인 동구는 지난해 산업연구원이 개발한 ‘K-지방소멸지수’ 발표에서 소멸우려지역에 포함돼 울산 전체가 마주할 불편한 미래를 먼저 보여줬다.

그동안 누차 강조했지만, 수도권 일극주의를 멈추지 않고는 울산을 비롯해 지방이 처한 현재의 상황을 해소할 수 있는 답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기업과 자본, 인력이 넘쳐나는 수도권과의 경쟁에 부울경은 메가시티의 꿈을 포기해 버렸다. 각자도생의 길을 선택했다. 그러나 중앙의 권한과 자원을 지방으로 넘기는 지방분권은 아직 요원하다. 정부는 지난 10일 국토·해양, 경제·산업, 교육, 복지·문화 등 6개 분야 57개 권한의 지방 이양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대부분이 오래전부터 비수도권에서 지역 발전을 위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사안이다. 지자체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권한 확대와 국가산단 유치 업종 변경권, 일자리 대책 수립·집행권, 지방대 재정 지원권 등이 그것들이다. 57개 권한이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실행되려면 지방정부의 재정권과 자치조직권 확대가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정한 지방시대 개막은 요원하고 지방의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다.

올해는 '민선 8기 울산호’가 본격 항해를 시작하는 해다. 시가 가장 주력하는 게 일자리 창출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2년 시도별 인구이동률을 보면 울산의 인구 순유출율(-0.9)은 17개 시·도 중 가장 높다. 일자리로 떠난 게 주된 이유다. 도시의 미래이자 인구 활력 핵심층인 20대가 42.5%로 절반에 육박할 만큼 청년들의 탈울산 행렬은 8년째 이어졌다. 

김두겸 울산시장이 "올해를 새로운 공업도시 50년을 써내려가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힌 것도, "대한민국 최고의 비즈니스 시장이 되겠다"고 강조한 것도, 울산시가 사라진지 35년이 된 공업축제 부활을 예고한 것도, 시 행정이 새해 초입부터 청년 보듬기에 전력투구하고 나선 것도 모두 ‘노쇠해진 산업도시 울산 재건’을 염두에 뒀을 터다.

정부 권한을 대폭 이양받지만, 지자체 내부의 변화와 혁신없이는 새롭게 나아갈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울산시가 신속한 인허가 처리, 전폭적인 보조금 지원책, 유턴기업 복귀 전략 수립 등 공격적 기업 유치 활동으로 ‘새로 만드는 위대한 울산’을 만들어 가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