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등 밀기 / 이재순
아빠 등 밀기 / 이재순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02.2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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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시 한편》

 

 

 

 

 

 

 

 

 

 

 

 

 

 

 

 

 

 

 

 

 

 

 

[아빠 등 밀기 / 이재순]


아빠의 등을 민다
활처럼 굽은 아빠의 등

등뼈가 볼록볼록
때수건이 지나갈 때마다 걸려

손으로 등을 쓰다듬으며
아빠와 마음 간격을 좁힌다

밀수록 지우개 똥처럼
밀려 나오는 때

“그만, 됐다” 하시지만
아빠의 몸속 피곤까지

닦아 내고 싶은
아빠 등 밀기


★★★


 이재순 시인의 동시《 아빠 등 밀기》를 읽는 순간 지금은 요양병원에 계시는 엄마를 떠올렸습니다. 엄마와 함께 목욕탕에 가서 목욕하는 일이 저에게는 일상적인 일이었습니다. 엄마도 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 시간만 되면 목욕탕에가서 서로 등을 밀어주며 이야기도 하고 하루의 피로를 풀었습니다. 엄마의 손은 내 등을 밀어주는 최고의 손이었습니다. 내 손도 엄마의 등을 밀어주는 최고의 손이었습니다. 엄마 등 이곳저곳을 싹싹 밀어줄 때면 엄마가 환하게 웃으며 아이고 시원타 이 말 한마디가 그렇게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도 엄마가 등을 밀어주면 너무 좋아서 우리 엄마 손이 최고네 말하고는 마주 보며 웃었습니다.

 정말 우리 엄마 손이 내 인생의 최고의 손이었는데, 나에게 무엇이든 뚝딱해주던 엄마 손이었습니다. 목욕탕 하면 저에게는 후회되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엄마에게 왜 조금 더 잘해주지 못했을까? 엄마 등을 밀어주면서 왜 좀 더 다정한 딸이 되어주지 못했을까? 엄마랑 목욕탕에 가서 엄마 등을 다시 한번 밀어줄 수 있는 시간이 온다면 정말 행복하겠습니다. 너무나 평범했던 시간이 이제는 너무나 간절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글 :  박해경 아동문학가, 동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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