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출범 부울경 경제동맹에 희망을 걸며
이달 출범 부울경 경제동맹에 희망을 걸며
  • 정두은 기자
  • 승인 2023.03.06 1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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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8대 메가시티 날개짓 추락하고
법 걷어차며 출범하는 부울경 경제동맹
800만 주민 위한 미래 큰그림 구상하길
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한뿌리인 부울경이 도쿄 베이징 등에 버금가는 동북아 8대 도시로 도약하겠다는 메가시티의 꿈을 안고 돛을 올린 게 지난해 4월이었다. 2040년까지 인구 1000만 대도시에 지역내총생산을 현재의 275조에서 491조 원으로 늘리겠다는 원대한 목표였다. 인구 경제 등 모든 것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맞서기 위해 지역 주도의 국가균형 발전과 새로운 광역거버넌스의 첫 출발은 타 광역단체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됐다. 

특별연합 출범은 800만 명이 거주하는 국내 2대 인구 밀집지인 부울경에겐 그 어느 지역보다 일자리 창출, 신생 산업과 고부가가치 기술개발 등 규모의 경제 효과를 올릴 것이라는 강한 자부심마저 안겨줬다. 세 도시는 자동차 조선 기계를 중심으로 각종 산업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있어 전후방 연관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미래 에너지로 각광받는 수소 분야는 대표적 사례이다. 울산은 수소 자동차, 창원은 수소 충전, 부산은 수소 모빌리티 등 시도간 상호 협조해야 할 분야는 적지 않다.

세 도시 미래의 희망을 담은 이야기는 여기까지이다. 부울경 시·도의회가 의결한 ‘부울경 특별연합 규약 폐지안’이 최근 행정안전부의 승인·고시로 폐기돼 부울경 특별연합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부울경 특별연합 규약은 부울경 메가시티의 법적 근거로서 부울경 특별연합의 목적과 명칭, 지방의회 구성 등 내용을 담고 있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당초 지난 1월 1일 공식 출범할 예정이었다. 부울경 특별연합에게 이제 마지막 작별인사를 전한다. ‘아듀~’.

지난 3년간 지방자치법 개정, 자치단체 규약 행정예고, 행안부 규약 승인 등 절차를 밟아 어렵사리 출범한 게 부울경 특별연합이다. 오랜 시간 세 도시가 머리를 맞댔고, “제발 살려달라”는 간절한 외침에 정부가 화답하면서 탄생했다. 그런데 이 수도권 대항마는 지난 선거에서 당선된 세 도시 광역단체장의 정치적 입김에 단번에 낭떠러지로 추락했다. 시·도민의 호응도 아랑곳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폐기됐다. 특정 정당이 끌고 온 정책도, 정치인 한두 명이 앞장선 일도 아닌데 말이다. 대신 세 도시는 제각기 셈법을 달리한 각자도생의 길을 택했다. 경제동맹 체결과 이에 더해 부산·경남은 행정통합을 추진하고, 울산은 신라권인 포항·경주간 해오름동맹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양립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사회 모든 것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지방은 인구 절벽이란 직격탄에 맞았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벚꽃 엔딩’은 눈앞에 다가왔고, 대도시 한복판에도 소멸의 그림자가 짙어졌다. 울산 중구는 원도심 인구 유출과 상권 침체에 시달리고, 한때 국내 조선산업의 메카였던 동구에 덮친 인구 쓰나미는 울산 전체가 마주할 불편한 미래를 앞서 보여준다. 이는 울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은 젊은층의 이탈과 고령화·저출산으로 암울한 미래를 맞고 있다. 이런 현실이다보니 세 도시가 추진했던 ‘부울경 특별연합’의 폐지는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이다. 

부울경 특별연합을 대체할 부울경 초광역 경제동맹이 부산시청에 사무국을 설치하고 오는 29일 공식 업무에 들어간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폐기됐지만, 그래도 부울경은 수도권에 버금가는 경제적 활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 단순히 덩치를 키운 규모의 경제가 가져올 효과만을 말하는 게 아니다. 부산은 금융과 해양, 영상, 게임, 의료산업이 자리를 잡고 있다. 울산과 경남은 조선, 자동차, 우주항공, 방산의 기초체력이 탄탄하다. 

그런데 공식 업무를 시작할 경제동맹 사무국의 규모와 위상이 빈약하다는 지적을 떨칠 수 없다. 부울경 특별연합 출범을 위해 만든 특별연합 합동추진단 사무국(사무국장 3급, 인력 28명)보다 크게 축소됐다. 국장은 4급 서기관이고 인력은 3개 시·도에서 각 3명씩 파견된다. 3개 시·도의 요구사항을 조율하고 각 지자체의 의견을 모아 정부에 대응하려면 사무국의 위상은 실로 중요하다. 사무국장의 직급이 낮으면 목소리를 내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태생부터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이 없다 보니 사실 예견된 일이다. 게다가 세 도시가 공동사업 명목으로 지원받은 정부 예산을 어떤 식으로 배분해 추진할 것인지 우려도 나온다.

내년 4월에는 총선이 있다. 경제동맹이 올 한해 뚜렷한 성과 없이 미적거린다면 정치적 이슈가 될 수 있다. 세간에서는 경제동맹을 두고 수도권 일극체제에 맞서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실체가 모호하다고 평가한다. 세 단체장은 행정력과 예산을 낭비하지 않고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전력을 쏟아야 한다. 새로운 행정기구가 생겼다고 지역내총생산이 저절로 불어날 리는 없다. 그저 정부가 던져주는 예산에 목매고 있다간 지역의 미래마저 잃게 될 것이다. 세 단체장이 그저 계산기를 두드리면서 이해 득실을 따질 게 아닌, 시·도민을 위해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경제동맹의 큰 그림을 구상해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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