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사라지면 나라 미래 없어'
'지방 사라지면 나라 미래 없어'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03.28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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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긴요사업 경제성 따지면서
수도권 집중현상은 더욱 가속화
지방 없인 나라 굴러갈 수 없어 
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지역균형발전을 국가정책으로 추진한지 20년이 지났지만 수도권 과밀 현상만 심화되고 있다.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양질의 일자리 확보는 화급을 다투는 만큼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지역별 에너지 가격 차등요금제가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

“역대 정부가 들어설때마다 지방을 살려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지역 주민들을 위한 긴요한 사업을 추진할려면 ‘경제성이 있네 없네’ 따지며 윽박지른다. 수도권에서 이런 말이 나온 적이 있는가. 대한민국이 국토의 12%에 불과한 수도권 주민들을 위한 공화국은 아니지 않나.”

전자는 지난 24일 국회 균형발전 포럼 주최로 울산시청에서 열린 ‘지역별 에너지 가격 차등화 관련 정책 토론회’에서 김두겸 시장이 얘기한 말이다. 후자는 최근 만난 30대 시청 공무원의 지방홀대에 대한 토로다. 

날이 갈수록 수도권 집중 현상은 완화되기는 커녕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이제는 충청권까지 수도권에 편입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같은 분위기는 얼마전 영호남 시도지사들의 울산 회동에서도 감지된다. 지난 23일 울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영호남 시도지사 협력회의에 참석한 시도지사들은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 등 9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모두 지방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어서 절박함이 배어났다. 

울산은 한때 고도 성장기의 중심에서 우리 경제를 견인했던 산업도시이다. 지금은 ‘떠나고’ ‘안 낳고’ ‘늙어가는 도시’로 위상이 급격히 추락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 5400명은 역대 최저 기록이다. 저출산 여파로 문을 닫는 어린이집은 속출하고, 인구는 2015년 11월 117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87개월째 감소하고 있다. 아기 울음소리는 끊기고,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고, 노인들만 남은 을씨년스러운 지역을 상상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터다.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서 울산을 떠나는 청년층의 이동은 수치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통계청의 지난해 국내인구이동 통계에 따르면 울산은 1만 명에 육박한 9536명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 전국에서 순유출율이 가장 높은 도시에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인구 활력층인 20대가 압도적이다. 42.5%인 4054명에 이른다. 청년들이 떠나는 것은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게 이유랄 수 있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저출산과 인구 절벽 시대를 맞아 정부 차원의 획기적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사실을 정부도 모르지 않는다. 역대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지방을 살려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공허한 메아리다. 지방에서 대형 국책사업이 필요하다고 하면 경제성이 있네 없네 우선 따지고, 환경훼손까지 들먹인다. 

울산의료원(500병상) 설립이 대표적 사례다. 코로나가 한창 극성을 부리던 시기 경제성에 발목이 잡혀 예타 면제에서 제외됐다. 우여곡절 끝에 타당성 재조사로 전환해 기획재정부가 내달 발표할 예정이나 낮은 경제성에 통과가 불투명한데다, 통과하더라도 병상 규모가 축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 대유행이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공공병원 확충을 경제성을 따져 결정해야 할 일인지 정부에 묻고 싶다. 

수도권론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지방은 수도권 사람들에게 휴가 장소를 제공하는 곳이고, 발전소 주변 주민들이 원전 가동으로 전자파 피해를 입거나 말거나 수도권 사람들에게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는 호구에 불과하다. 지역 희생만 강요하는 이런 사고 발상은 당장 뜯어 고쳐야 한다.

사실 지방 소멸과 인구 절벽이 화두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저출산으로 인구는 계속 주는 데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격차가 벌어지면서 지방의 인구 유출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전체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와중에도 수도권 집중화는 오히려 가속화하는 상황이다.

좋은 일자리가 지역에 골고루 분산될 수 있도록 지역 이전 기업에 세금을 깎아주는 ‘법인세 차등화’ 같은 파격적인 제도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 발전시설이 영남권에 집중돼 송전탑 건설, 사용후핵연료건식저장시설 설치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지역 주민들을 위해 ‘전기요금 차등화’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저렴한 전기요금, 법인세 인하와 같은 직접적인 세제 혜택으로 기업 이전을 끌어낸다면 일자리 부족, 인구 감소와 같은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지방이 사라지면 대한민국은 굴러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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