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꽃다리 집 / 추필숙
수수꽃다리 집 / 추필숙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03.2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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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시 한편》

 

 

 

 

 

 

 

 

 

 

 

 

 

 

 

 

 

 

 

 

 

[수수꽃다리 집 / 추필숙]

 

 배꼽 높이에서 두 갈래로 뻗어 오른 수수꽃다리
나무 위에 걸터앉아 하늘을 올려다봐요 한 갈래쯤 
더 올라가면 어느새 키가 두 배나 커져 대문 밖 
꺽어지는 골목까지 내다볼 수 있고 가끔은 여우비
맞으며 냉큼 나무에서 내려와 빨래를 걷기도 해요
수건 동여매고 갓 딴 푸성귀 한 소쿠리 옆구리에
끼고 돌아올 엄마 기다려요 수수꽃다리 연보라
꽃이 보송해질 즈음 노올자! 친구 목소리에 끌려 
개던 빨래 그냥 두고 골목으로 내달려요 여기까지 
우리 엄마 어릴 때 얘기고요.


그 집 오늘부터 빈집 아니 수수꽃다리 집.

****

 편리한 도시에 살고 싶어서 사람들이 살던 시골집을 버리고 막연하게 도시로 이사를 합니다.  그런 이유로 시골에는 점점 빈집이 늘어나고 있어 빈집 정비사업이라는 것도 생겼습니다.

 누구나 추억이 담긴 집 하나쯤은 마음속에 가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추필숙 시인의 동시 수수꽃다리 집에서도 엄마의 어릴 적 추억을 엿볼 수 있는  동화같은 동시에 마음이 끌려 어릴 때 살던 집으로 달려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회적 문제가 된다는 시골 빈집은 아마 막연하게 동경했던 대도시 생활이 그리워 떠난 사람들의 추억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추억을 지우지 않고 묵묵하게 지켜내는 흔적이 빈집 아닐까요? 그래서 그런지 힘들 때 언제든지 찾아갈 수 있는 돌아갈 수 있는 수수꽃다리가 주인이 되어 기다려주는 빈집이라도 있으면 저는 좋겠습니다.

 점점 나이가 들고 기억력이 떨어지는데  왜 어릴 때 추억은 더 또렷해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올해도 수수꽃다리가 여기저기 피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없던 빈집을 지키겠다고 돌아왔습니다.


[글 :  박해경 아동문학가, 동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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