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냇물에서 돌을 치우면 그 냇물은 소리를 잃어’
‘흐르는 냇물에서 돌을 치우면 그 냇물은 소리를 잃어’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04.0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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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겨운 삶을 버텨내고 있지만
생명의 숨을 불어넣는 봄처럼
인내와 지혜로 재도약하는 삶
이두남 발행인
이두남 발행인

두 손에 꼭 거머쥔 연록의 엽서는 섣달 열흘을 견뎌 터뜨린 통곡일까? 차고 고운 빛깔의 자태로 꽁꽁 닫힌 하늘을 펼쳐 든 기적일까? 다시 눈 닦고 읽어도 해독이 안 되는 주술 같은 연둣빛 바람이 무채색을 지우고 봄빛으로 채색한다. 모든 기억을 모아도 관습처럼 새로울 것 없는 계절의 윤회이지만 한 송이 여린 꽃술이 우주를 부르듯 무채색 가지 끝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는 봄을 어찌 새롭다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봄은 축제의 계절이다. 여기저기서 봄꽃 축제가 열리고 설렘을 가득 안고 입학한 새내기들의 마음은 봄처럼 꿈에 부풀어 흥겨운 표정이다. 그렇지만 저출산, 고령화로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지방대학이 사라지고 있다는 현실은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한편, 울산도 회색 공업도시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두 번째 국가정원이 있는 도시에 걸맞게 관광, 문화도시로 발돋움 하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새로 만드는 위대한 울산’ 이란 슬로건 아래 시민이 행복해지는 울산을 만들기 위해 김두겸 시장은 지자체 단체장 중에 가장 많은 일정을 소화하며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또한 도시를 가르는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기업유치로 인한 일자리 창출로 울산의 재도약을 모색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어 울산의 미래가 기대된다. 

그동안 코로나와 함께 보낸 3년은 우리의 경제 활동을 위축시켰고 정부가 새로 내놓은 ‘소액 생계비 대출’은 연리 15.9%의 고금리임에도 불구하고 한 달 치 상담예약이 사흘 만에 끝이 난 것은 신음하고 있는 서민들의 고충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다.

봄이 와도 우리의 마음에 자꾸 허공이 생기고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토로하며 힘겨운 삶을 버텨내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카프만 부인의 저서 ‘광야의 샘’에 나오는 누에고치 이야기를 떠올려 본다. 그는 누에고치를 관찰하고 있었다. 마침 여러 마리의 누에고치가 나비로 탈바꿈하는 중이었다. 바늘구멍만큼 작은 틈새로 몸 전체를 비집고 나오려고 한나절 이상을 버둥거리고 있었다. 너무도 작은 구멍으로 나오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그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작은 구멍에서 무척 애를 쓰더니 한 마리, 두 마리 결국 빠져나와 공중으로 훨훨 날아올랐다. 마침 또 나오려고 애쓰는 나비를 발견하고 그는 가위로 그 구멍을 넓게 잘라 줬다. 그러면서 하느님, 부처님보다 더 자비롭다고 자족하면서 혼자 웃었다. 그가 넓게 열어 준 구멍으로 나비는 쉽게 빠져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넓게 열어 준 구멍으로 나온 나비는 이상하게도 공중으로 솟아오르려고 몇 번 시도하다가 오르지 못하고 땅바닥에서만 맴돌 뿐이었다.

그때 그는 깨달았다. 나비가 작은 틈새로 나오려고 애쓰는 시련을 거치면서 날개에 힘이 길러지고 물기도 알맞게 말라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작은 구멍에서 고통을 이기고 나와야 몸의 영양분이 날개 끝까지 공급되고 작은 구멍을 나올 때 날개가 심하게 마찰되어 날아오를 만큼 강건해지는 것이다. 고치 안에 있을 때 나비의 모든 영양분은 어깨에 쌓여 있다고 한다. 어깨에 있던 영양분은 좁은 구멍으로 나올 때 에너지가 되어 점점 온몸으로 퍼지는데 특히 날개 쪽으로 퍼져서 날개에 힘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좁은 구멍으로 나올 때 시련을 겪은 나비는 날개에 힘이 생긴다. 반면 넓은 구멍으로 쉽게 나온 나비는 영양분이 어깨에 그대로 남아 있어 어깨를 으쓱거리기는 해도 정작 날갯짓을 해야 할 날개 쪽에는 전혀 힘이 가지 않아 날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이 이야기는 살아 있는 모든 동물뿐만 아니라 우리도 해당된다. 시련이 클수록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이기려는 힘이 커져 더 단단하게 성장한다.

요즘 언론을 통해 부유하게 태어난 재벌 자녀들이 마약 복용 등 일탈 행동을 보이는 기사를 가끔 접한다. 지나치게 풍족한 삶이 준 무력함의 결과다. 마치 넓은 구멍으로 쉽게 빠져 나온 나비처럼. 우리는 흔히 자녀에게 물고기를 잡아주기 보다는 잡는 방법을 알려 주라고 말한다.

이와 같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에서 넘어지고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스스로 터득하는 지혜와 마디가 생겨 강인해진다. 좁은 구멍으로 힘겹게 나오려는 나비처럼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 난관을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생존의 힘은 더 강해지고 지혜를 배운다,

서양 속담에 ‘흐르는 냇물에서 돌을 치워 버리면 그 냇물은 노래를 잃는다’는 말이 있다. 지금의 시련을 흐르는 냇물을 가로막는 돌로 생각하고 그 돌을 어루만지며 유연하게 흐를 때 비로소 그 삶은 빛이 나고 값질 것이다.

길거리마다 꽃눈이 분분하고 길가에는 눈처럼 소복이 쌓인 꽃잎이 봄 햇살을 맞아 눈부시다. 겨울의 흔적을 지워내고 화려한 꽃 대궐의 성찬을 준비하는 그 길 위에서 얼마나 많은 눈물과 아픔이 있었는지 알고 있기에 봄은 더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처럼 겨울을 이겨낸 나무들의 위세를 보며 우리도 무력감보다 인내와 지혜로 다시 일어서는 아름다운 봄날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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