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혁신’ 교육감이 읊은 ‘담쟁이’가 의미하는 바는 
‘변화·혁신’ 교육감이 읊은 ‘담쟁이’가 의미하는 바는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04.19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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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아이도 포기 않을려면
진보·보수 이념에 묶여선 안돼
시·의회와 협치,소통 주력해야
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울산 공업탑로터리 주변 중·고등학교 회색 담장은 요즘 밀려드는 봄 기운을 맞은 담쟁이 덩굴로 온통 새파랗다. 담쟁이는 뿌리 내릴 토양이 없는 직벽을 오르는데도, 두려움이 전혀 없다. 언제나 위로만 행군한다. 

담쟁이는 강인한 생명력과 불굴의 의지, 끈기를 뜻한다. 담쟁이를 소환한 것은 천창수 교육감이 지난 6일 열린 취임사에서 “회색 벽을 푸른 생명의 벽으로 변화시키는 담쟁이처럼 서두르지 않고 끗끗하게 울산교육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겠다”며 도종환의 시 ‘담쟁이’를 인용해서다.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중략)/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도종환의 ‘담쟁이’ 中에서) 도종환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 모습을 그려냈다. 

천 교육감이 목소리를 떨며 읊었던 ‘담쟁이’는 “언제나 아이들만 바라보는,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신을 지지해준 시민들에 대한 화답이고 다짐일 터이다. 그는 어제 시의회 본회의에 출석해 “울산교육에 보내준 신뢰와 지지를 잊지 않고 변화와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당선 소감에선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울산교육’이라는 노옥희 전 교육감의 교육철학을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교육을 교육답게 해 울산교육이 우리나라 공교육의 표준이 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교육을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 구도로 나누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소신도 밝혔다. 교육이 진보·보수 이념에 사로잡히면 아이들의 삶이 불행해진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진 교육에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선거 과정에서 노출된 이념 대립에서 탈피해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입시에 찌든 학생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결코 겉포장만 화려한 말잔치로 그쳐서는 안된다. 시민들은 울산교육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다. 그러니 천 교육감의 양어깨는 무겁다고 하겠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앞으로 남은 임기를 어떻게 보내느냐는 것은 너무나 중요하다. 울산교육의 미래가 거기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파심에 하는 말이다. 교육 정책을 추진할 때 진보와 보수를 떠나 학생들을 최우선으로 놓고 학교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어떤 정책이 자라나는 학생들을 위한 것인지 숙고해야 할 것이다.

천 교육감 앞엔 수많은 과제가 놓여 있다. 코로나19로 커진 학력 격차 해소와 기초학력 보장,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비롯한 교육환경 개선, 더욱 질 높은 공교육 실현과 미래교육 전환,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학교폭력 문제 해결 등 어렵지만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다. 크든, 작든 모두 울산시와 시의회 협력이 필요한 사안들이다. 허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5년 전 노 전 교육감 출범 당시엔 시의회는 모두 민주당 일색이었지만, 지금은 국민의힘이 장악한 상태여서 진보성향 교육감인 그로서는 무척 난감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일방통행식 정책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소통을 통해 불협화음을 예방하겠다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천 교육감이 내 건 대표적 핵심공약은 내년까지 사립유치원 무상교육 실시이다. 하지만 어린이집과의 형평성 문제와 긴축재정을 표방하는 울산시와 기조를 달리 한다. 시의회는 지난해 울산학생교육원 제주분원 설립과 어린이독서체험관 등 무려 286억 원의 교육청 예산을 무더기로 삭감한 전례가 있다. 최근에는 민주시민 교육 조례 폐기도 추진하는 상황이다. 

이참에 울산시와 교육청, 시의회 사이에 대화를 통한 활발한 소통이 이뤄지도록 정례적인 협의체를 만드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변화와 혁신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와도 대화하고 협력해 나갈 수 있다는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한다. 비교육적인 충돌을 막고 교육수요자인 학부모와 학생을 위하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백년대계 울산교육 창출의 무거운 책무를 잊지말 것을 다시 한번 당부하고자 한다. 이것이 천 교육감이 읊었던 담쟁이가 의미하는 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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