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울산의료원 타당성 조사
늦어지는 울산의료원 타당성 조사
  • 울산시민신문
  • 승인 2023.04.24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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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원 타당성재조사 결과 발표 지연
울산 시민단체 “무산된 것 아냐” 반발
전문가들, 정책·균형발전 더 비중둬야
정두은 편집국장
정두은 편집국장

울산의료원 타당성 재조사 발표가 내달로 미뤄지면서 시민 우려가 나온다. 시민단체들은 “울산의료원 설립이 무산된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북구 창평동 일대에 500병상 규모의 의료원 부지를 선정한 울산시의 속은 타들어 간다.

울산의료원은 일단 경제성이 낮은 것으로 파악돼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 2021년 12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에서 부결된 적이 있어 이번 타당성 재조사에서 탈락한다면 후폭풍은 만만찮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의 고민은 깊다. 타당성 재조사는 △경제성 분석 △정책성 분석 △지역균형발전 등 3개 분석지표의 평가 점수에 따라 좌우된다. 이 중 경제성 평가 비중이 30~45%로 가장 크다. 울산의료원은 경제성 분석 통과 기준인 B/C값이 1을 넘지 못한 것으로 파악돼 의료원 설립이 희박하다는 전망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기재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매우 궁금하다.

‘뜨거운 감자’가 돼 버린 울산의료원 타당성 재조사는 사실 정부가 부추긴 감이 없지 않다. 이런저런 상황을 저울질을 하다 실기(失期)한 탓이다. 기재부가 지난해 1월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한 타당성 재조사 용역은 올해 2월 공식 절차를 마치고 발표만 남은 상태다. 하지만 이달 27일로 예정된 기재부 재정사업평위원회 심의는 잠정 보류됐다. 기재부가 울산과 함께 타당성 재조사를 받고 있는 광주의료원의 검증 절차가 늦어져 울산만 단독으로 발표하기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 병실 부족 등 의료공백 체계를 겪으면서 지방의료원의 필요성을 여실히 절감한 도시이다. 일반진료중심 공공병원 0개, 응급의료기관 수·응급의료전문의 수·중환자병상 수·분만기관 수에서 특·광역시 중 최하위의 공공의료 불모지로 꼽히는 곳이다. 2020년 12월 양지요양병원 사태는 울산 공공의료 민낯마저 보여준다. 지역에서 유일한 코로나 전담 민간병원인 울산대병원은 병상 부족으로 감염병 대응에 역부족이었고, 요양병원 고령 확진자들은 격리된 병원 건물에서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결국 사망자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속출했다.

울산시가 의료원 설립을 추진하게 된 계기랄 수 있다. 게다가 지역사회 열망도 컸다. 울산의료원 설립 서명에는 시민 22만 명이 동참했다. 이에 시는 오는 2027년까지 북구 창평동 1232 일대 4만 ㎡ 부지에 500병상 22개 진료과목에 의료인력 900여 명이 종사하는 울산의료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울산의료원 설립을 경제성으로 평가한다면 타당성 재조사에서 통과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제 논리에 휘둘려서는 답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공공의료원 특성상 경제성 확보는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공공병원 역할을 돈으로 따지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한다. 돈이 안돼서 민간병원에서 하지 않은 일을 공공병원을 설립해서 역할을 하겠다는 것인데, 돈으로 평가하는 수익성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시민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고 코로나19 같은 보건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경제성보다 정책성과 지역균형발전에 더 큰 비중을 둘 것을 강조한다. 기재부가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연기한 주된 이유도 여기에 있어 보인다. 

시민단체들은 울산의료원 타당성 재조사 발표가 미뤄지자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재부가 경제성 잣대 대신 공공병원 확충·강화를 바라는 울산 시민들의 절박함에 화답해 달라는 것이다. 지난 20일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열린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주최의 ‘공공병원 확충‧강화 촉구 노동시민사회’ 기자회견장에서 울산건강연대 김현주 집행위원장이 “울산은 코로나19 감염병 재난 당시 공공병원이 없어 환자를 타 지역으로 보내야 했다”고 절규한 것도 이런 이유일 터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대선에서 울산의료원 설립을 약속했다. 그러나 타당성 재조사에서 통과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며 “공공병원은 경제성을 떠나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필수시설”이라고 강조했다.

지방의료원은 지역 주민의 건강을 책임지기 위해 지자체가 운영하는 병원이다. 지난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을 거치면서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했다. 그런 점에서 시민 건강권 확보를 위해 설립하는 울산의료원 설립은 경제 논리를 따라가서는 절대 안된다는 생각이다. 기재부가 보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을 신속히 내려야 할 것이다. 울산 시민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결과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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